‘새끼’  가 과연 얼마나 나쁜 욕일까 하는 의문이 갑자기 들어서 국어사전을 찾아 보았더니
놀랍게도 그 단어가 욕이라는  말은 한군데도 없다.  
그럼 욕이 아닌가 ?

어느 한국사람이 새로 종업원을 구했다.  
이 새로 온 일꾼은 어쩐지 주인 맘에 들지가 않았다.

“ 이 새끼,  뭐 이래 ?   하나도 제대로 하는게 없잖아 ? “
주인은 그 새끼를 채용하고 싶지 않았다.  
“ 이 새끼,  내 보내.  못 쓰겠어.”   마누라를 보고 한 소리다.
그러자 그 새끼가,
“ 나 새끼 아니예요.   나 이름 있어요. “   하고 똑똑한 한국말로  대꾸를 했다는 것이다.  
그 주인새끼는 기절초풍을 했다는 게 아닌가.

나도 한번 기절초풍을 한 적이 있다.
봉 헤찌로 ( 한국교포 가게가 많은 동네 ) 거리를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 아줌마 !  “  하고 부른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다시 앞을 보고  걷기 시작했는데  또,
“ 아줌마 ! “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니 다시 한번 더 뒤들 돌아 볼 수밖에.
내 뒤에는 싱글싱글 웃는 브라질 모레노( 흑백 혼혈인을 지칭하는 말) 한 명밖에 한국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의아해서 그를 쳐다보니  한번 더  “ 아줌마 ! “  하면서
그  싱글이가  ‘ 내가 부른거야.’  라는 표시를 낸다.

‘ 발음 좋네.’   속으로 생각하면서
혹시 아는 아이인가 하고  나는 어리둥절해 졌는데  그가  나를 부른 용건을 말한다.

“ 아줌마,  싱싱한 야채  많이 들어왔어요.  값도 아주 싸요.”
이 어려운 한국 문장을 그 녀석은 똑똑히 엮어내는게 아닌가.
나도 기절초풍을 할뻔했다.  

‘ 아줌마 ‘ 까지야 뭐 말하는 애들이 좀 있지만 이렇게까지 한국말을 정확히 잘 하다니 놀랬다.

“ 야아!  너 한국말 아주 잘 한다.   어디서 배웠어 ? “   물어보았더니,
“ 나 오뚜기식품점 ( 봉 헤찌로에 있는 한국 식품 가게 ) 에서 일 해요.  
우리 가게,  오늘 싱싱한 야채 많이 들어왔어요.”   한다.

아마 어딘가로 물건 배달을 가면서 제 한국어 실력 자랑도 할 겸 
이 아줌마를 좀 놀래켜 주는 재미로  말을 걸고 싶어졌던 모양이다.

칭찬을 받고  그 새끼 (?)  는  더 흥겹게 신이나서 나를 앞질러 걸어갔다.

브라질에서 한국교포들은 대부분 자기 영업체를 가지고 있다.
현지인을 고용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이 고용인들이 처음에는 코 앞에 두고 ‘ 이 새끼 저 새끼’  해도 못 알아듣지만
수년간 같이 일하다보면  한국말 몇 마디쯤은 싫어도 알아듣게 되고  
개중에 배우려 드는 아이들은  곧잘 한국말을 하게 된다.

요즘은 한국 음식점에 가면 시중드는  갈쏭 ( 웨이터 )  들이
“ 설렁탕이요 ?  예, 알았습니다.”  쯤은 아주 잘 한다.

계산 할 때도  “ 얼마 나왔어 ? “  하니까,
“ 얼마 안 나왔어요.   백 이십원밖에 안 되요.. “   하는 애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