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2003년 12월 15일자에 기고된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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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사랑과 성, 그리고 성교육


12월이 되면 온 세상이 술렁인다. 주변엔 이미 성탄절의 흥겨움이 있고, 곳곳에서는 송년회가 이어진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는 수능시험이 끝난 후련한 때이기도 하고 다른 학생들은 즐거운 방학도 시작된다. 실상 12월은 기독교 신앙인들에게는 사랑의 예수님의 탄생을 차분하고 고요히 기뻐하는 때이고  모든 사람들이 지나가는 한해를 정리해 보는 특별한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특별한 12월은 순간적으로 삶과 성의 어긋남이 생기기도 하는, ‘우려의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시험끝낸 고3생들에게는 특강의 형태로 소위 ‘성교육’이 집중적으로 행해지기도 한다.

 ‘사랑’ 하면 12월엔 특히 사랑의 예수님을 떠올려, 나자신과 이웃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고민하여야 겠으나 언뜻 12월의 사랑은 성탄절과 연말을 맞는 남녀간의 사랑 사연들이 떠오른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성에 대한 가치와 태도를 확고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12월의 사랑과 성은 혼돈의 다른 표현이기도 한 것이 우리 사회의 실상이다.  

 성과 사랑, 그리고 인생의 행복은 언제나 동의어이자 서로를 포함하는 뗄 수 없는 관계다. 남녀의 사랑의 결정체로 생명이 시작되는 수태의 순간부터 결정된 여성, 남성의 구별은 일생 더불어 살며 여러 형태의 성으로 사랑과 이어진다. 우리나라 말로는 간단하게 표현되는 ‘성’의 영어적 표현은 그 의미에 따라 여러 가지이다. sexuality, gender, sex, having sex 등 막연한 우리의 표현과는 개념은 물론 표현부터 다르다. 우리가 앞으로 써야할 성 (sexuality)의 개념은 생물학적으로는 남녀를 구분하고, 성행위, 성기중심의 성 (sex)을 포함하는 여러 가지 의미를 총집합하는 인격 차원의 성이다.

 칼데론 박사의 말을 빌자면 “성(sexuality)이란 남자됨, 여자됨과 관련된 생각, 경험, 학습, 가치, 개념, 상상들을 모두 포함하는 전신적 인간”을 의미한다. 성(sexuality)의 목적은 단순히 생리적인 성욕을 충족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얻고자하는 생명에의 욕구이기도 하다. 성과 연결되는 사랑은 무언가, 남녀간의 사랑만이 사랑이 아니고 신께의 사랑, 가족간의 사랑, 일에의 열정적 사랑, 자연을 향한 사랑, 이웃에의 헌신적 사랑이 모두 사랑이다. 그러니 성교육은 생명교육이고, 삶의 교육이며 사랑을 키우는 공부이다.  
 
모든 면의 다름을 지닌 이성에 대한 ‘이해 공부’는 인생을 잘 살기 위한 필수과목이다. 청소년적부터 이성에 대한 가치관과 정확한 지식을 차츰 쌓아 나가는 것은 이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아주 기본되는 필수요건이다. 효율적 의사소통 능력, 사람간의 다른 생각, 행동, 감정에 대한 존중의 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또 사람의 자존심, 자부심을 진작시킴으로써 타인과의 관계에 존중과 의무에 대한 사려와 책임을 고취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성교육을 통해 자신에 대한 사랑과 보살핌은 물론, 남에 대한 배려를 높이게 된다. 결국 전인적인 인격적 교육이며 삶 전체의 교육이다. 성교육이란 다른 말로 가정에 대한 교육 (family life education)이다. 일생, 어느 형태로든 가정을 이루고 사는 생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덕목교육이다. 진정한 의미의 성교육은 남녀노소 모두가 대상이다. 인터넷등의 정보기술의 놀라운 발달과 함께 그 어두운 일면으로 무차별적인 성지식과 문화에 대한 노출의 수위가 심각한 이즈음 12월 성과 사랑의 남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사회분위기와 함께 우리의 성문화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대학생으로, 사회인으로 진입하는 고3생들의 12월이 앞으로의 인생을 진지하게 사랑하는 축복된 12월이기 바라며, 이번 12월은 우리 모두가 한번 차분히 성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그리고 인생의 행복에 관하여 깊이 생각해보는 사랑의 계절이기를 고대한다.  

2003년 12월 15일자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