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동안 오래 된 것 보다는 새 것이 좋은 것이란 가치관으로 살아 온것 같다.
경제성장과 함께 잘 산다는건 오래 되고 낡은 걸 버리고 새 것으로 바구는 것이라고 여겨서
개인도  국가 도  새롭게 길을 넓히고 , 새 아파트를 짓고, 새다리를 놓고 , 심지어는 새 땅를 개간해서 우리나라 지도가 바 뀌게 되기도 하였다.

내가 처음 미국에 1년동안 방문교수로 있던 1981년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미국사람들은 소위 disposable문화에 너무 익숙해 있었다.
지금은 우리도 미국처럼 되었지만 ,그 때는 주사기나 주사바늘등을 한번 쓰고 버리고 소독용품 휴지 등을 물쓰듯이 쓰는 그네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 그들이 부럽기 조차 했었다.
그런데 질병을 진단하는데 우리나라보다 몇배씩 엑스레이를 찍어대고  ,우리보다 환자대 의사. 간호사 비율이 몇배식 되는 미국이 의료비용 상승 때문에 결국은 대통령출마때 의료 정책이 정당의 주요 정책이 될 수 밖에 없게 된 사회라는게 어쩌면 당연한 것 일게다.

이태리를 여행할 때의 일이다.
벤허 촬영 배경이 되었던 경기장이며, 유적지등을 돌아보며
가이드 왈  우리나라관광객들이 와서 하는 말이 " 싹 쓸어 버리고 아파트나 짓지..." 하더라나..
유럽 이나 일본을 가 보면 어디나 옛것을 그대로 보존해 놓은걸 보고 놀라게 된다.
몇백년 전의 돌길, 작고 좁은 집, 다리 등...

낡고 오래 된 것을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는 데  방해가 될 때가 많다.
오랫동안 단독 주택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를 할때의 일이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기 때문에 시어머님이 쓰시던 장독 항아리, 다듬잇 돌, 절구
체, 소반 다라이 등 을 정리하지 않고선 아파트 공간에 둘 데가 난감해서
그 문제로 시어머님과 한동안 갈등을 한적이 있다.
결국 아파트 베란다에 둘 정도로 수를 줄이는 것으로 합의를 하면서도 시어머님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는걸 달가와 하지 않으셨다. 하긴 지금 생각해 보면 손때가 묻은 살림살이를 버리면서
얼마나 속이 쓰리셨을까...
이사 할때 뿐 아니라 평소에도 불필요 한 걸 버리지 않으면 요즘 같이 우편이나 자료가 많은 세상을 살아내기 힘들 때가 많다.  과감하게 잘 버리는 습관 때문에 자화 자찬일지 모르지만 내 연구실은 우리 학교에서
가장 깔끔하게 정리되었다는 소릴 듣는다.

그런데 요즘은 차츰 잘 버리는 습관이 늘 좋은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낡은 신발, 오래 된 옷이 더 정겹고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이 소중하게 생각된다.
아마 나이 탓인 모양이다.

새만금이나 북한산 터널문제,고속전철로 인한 경주문화재 훼손 등을 접하면서
우리도 이제는 새로운걸 추구하고 바꾸기 보다 옛것을 지키고 보존하는데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있는 연건 캠퍼스도 새로운 건물을 지을때 마다  몇백년된 고목들이 베어지는걸 보면서
가슴아팠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얼마전 함춘궁터자리에 건물을 지으려다가 중요한 문화유적지이기 때문에 건물짓는것을 포기하게된 사건이 생겼다. 뒤늦게라도 옛 것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는것 같아서 아주 흐뭇했었다.
비록 화려하지는 않아도 오랫동안 피고 지는 야생화가 아름답듯이
바꾸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가꾸어 갈 가치가 있는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하면서 바꾸어야 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