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2004년 6월 28일자에 기고된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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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떨어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고령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인구고령화는 유례가 없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을 보면 1960년 가임여성 1인당 6명까지 달했던 합계출산율이 2002년 1.17명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는 OECD 평균인 1.6과 미국 2.01, 일본 1.32보다 낮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03년은 물론 올해의 합계출산율은 이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마도 2003년의 수치는 1.13 정도까지... 이미 발표된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29였다. 문제는 연금을 비롯한 사회경제지표가 모두 1999년의 합계출산율인 1.42에 맞추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는 1.13인데... 옆나라 일본은 연금문제가 불거진 이유로 계산에 사용된 합계출산율 지표가 1.39였는데, 실제 2003년에는 1.29였다는 점... 설명이 필요없는 이 비교를 각자 비교하여 보시기 바란다.

격세지감을 느끼는 부분이지만 197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다출산 국가에 속해 있었다. 그래서 당시엔 ‘가족계획 실천’,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기르자’는 구호성 캠페인을 통해 정부가 출산율을 낮추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역전되어 출산율 저하 속도가 너무 빨라 국가의 안정적 발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까지 왔다. 선진국에서 100여년 만에 형성된 저출산, 고령화 기조가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20여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에 이루어지고 있어 세계 인구사에서 유례가 없는 심각한 현실이다.  

저출산 문제가 지금과 같이 가속화 되면 연령별 인구 불균형으로 인한 각종 사회적 문제점 증가는 물론, 노동인력 부족 및 노동생산성 저하로 인한 국가의 성장잠재력이 악화된다. 또 군복무가 가능한 젊은층의 감소로 인해 안보위기가 초래되고 연금 의료비 등 고령자 부양문제로 인해 재정지출이 확대되는 등 미래세대의 부담이 가중되게 될 것이다. 남아도는 학교의 인력과 시설도 미리 생각해야할 문제이다. 이민문제까지도 대두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저출산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의 문제를 우리의 미래세대에까지 전가시켜 후손들에게 부담을 떠 넘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출산이 고령화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현상이다.    

미국에서 공부후 한국에 다시 나온 1989년의 합계출산율이 1.6, 산부인과와 함께 인구 및 가족보건정책을 전공한 학자로서 그때 이미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행정부에 그 대책마련의 시급성을 역설해왔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진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각적인 지금의 상태에 대한 분석이 충분하고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저출산의 주 원인으로는 경제상황과 고용불안, 불평등한 남녀관계, 주택가격의 급등에 따른 여성들의 돈벌이 참여, 여성들의 늦은 결혼,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사회적 풍토, 육아 및 교육비 부담 가중에 따른 출산 기피의식이 크게 확산 된 점 등을 들 수 있다.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모든 분야의 총체적 분석이 구체적이며 정밀하게 이루어져야 이문제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저출산과 이로 인한 인구불균형, 고령화문제는 바로 우리에게 닥친 현실의 문제이자 충격적으로 닥쳐올 우리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절박한 심정으로 17대 국회에 등원한 바로 다음 날 첫번째 의안으로 ‘저출산및고령화사회대책특별위원회구성결의안’을 제출했고, 가는 곳마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점의 심각성에 대해 입아플 정도로 설파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17대 국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해나간다면 내가 지난 20여년간 연구하고 고민해온 노력의 결실을 맺는다는 의미에서 정말 보람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 특위가 내놓은 정책들에 대해 정부가 전폭적으로 밀어준다고 해서 저출산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전체 체제의 분석과 대책이 각분야에서 심도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와 함께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각각의 생명의 질의 문제를 중요시해야 한다. 건강하게 태어나 가장 사랑과 보호를 받고 길러져서 훌륭하고 효율적이며 가장 좋은 양질의 교육으로 길러지는 건강한 시민, 어쩌면 그 부분까지 우리는 지금 이시대에 심각하게 고민을 하여야 하겠다. 이 분야에서 감히 말하건데 우리의 미래가 바로 현재이기도 하다.

2004년 6월 28일자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