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친구>
                                                                                                  
                                                                                                                                                     구경분 지음
      
산마을의 바람은 늘 뽐내기를 좋아합니다. 산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면서 언제나 큰소리를 칩니다.
“참나무가 살랑살랑 춤을 추는 건 내 덕분이야.”
“소나무가 우우! 노래하는 것도 모두 내 덕분이지.”
산골짜기에서 흐르는 냇물이 말없이 미소를 짓습니다.
“야, 냇물아, 내말이 틀리냐?”
그래도 시냇물은 미소만 짓습니다.
참나무가 상수리 무게를 못 이겨 후두두! 후두두! 상수리를 떨어뜨립니다. 그 옆의 산밤나무도 에구구! 에구구! 알밤을 떨어뜨립니다. 바람이 냇물에게 말합니다.
“냇물아, 쟤네들이 떨어지는 것도 모두 내 덕분이란다.”
그래도 냇물은 웃기만 합니다.
하늘 높이 기러기 떼가 날아갑니다.
“냇물아, 쟤네들이 저렇게 날아다니는 것도 모두 내 덕분인 거 너 모르지?”
냇물은 부드럽게 미소만 짓습니다.
바람은 말없이 웃기만 하는 냇물이 답답했습니다. 이렇게 맹숭맹숭한 아이랑 친구하자고 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를 그만두자고 할까?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바람은 마지막으로 냇물을 약올려주고 달아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야, 냇물아, 너는 도대체 하는 일이 뭐니?”
미소만 짓던 냇물이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저 위 골짜기에서부터 조그만 돌멩이들의 발을 닦아주면서 내려왔어. 평평한 곳에 닿으면 큰 바위님들의 발도 닦아드리지. 그리고 돌멩이도 바위님도 없을 땐 작은 모래알갱이들의 발을 닦아준단다. 그리고 나무가 하는 노래를 들어주고 산새들이 부르는 노래도 들어줘. 나는 내가 발을 닦아줄 때 깔깔거리고 웃는 모래알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단다. 바람아, 너 사랑이 뭔지 아니?”
냇물의 말에 산골짜기의 모든 나무들이 박수를 쳤습니다. 풀들도 따라서 박수를 쳤습니다. 날아가던 산새들도 박수를 쳤습니다. 바람은 갑자기 냇물 앞에서 부끄러웠습니다.***
                                          


(* 나는 요즘 A4용지 한장에 기승전결이 갖추어진 아주 짧은 동화 쓰기를 연습하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글을 쓰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때로는 군더더기가 매력이 될수도 있다고 큰소리를 쳤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조심스럽게 군더더기를 떼어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