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뻐꾸기>

                                                                                                                                                        구경분 지음

동물들이 모여 사는 작은 동산에 뻐꾸기 한 마리가 이사를 왔습니다. 이 동산에 먹을 것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먹이를 구하러 온 것입니다. 동물들은 조그맣고 귀여운 뻐꾸기를 무조건 환영했습니다. 선한 눈을 깜빡이는 것을 보고 숲속 친구들은 뻐꾸기가 착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친절한 숲속 친구들은 그러한 뻐꾸기에게 예쁜 집도 빌려주었습니다. 뻐꾸기가 외로울까봐 친구도 해 주었습니다.  

가을이 되어 동산의 동물들이 운동회를 열었습니다. 달리기 대회에선 당연히 토끼가 일등을 하였습니다. 알밤 까기 대회에선 다람쥐가 일등을 하였습니다. 나뭇잎 줍기 대회에선 산비둘기가 일등을 하였습니다. 모든 동물들은 일등을 한 친구들에게 축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축하의 자리에 뻐꾸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숲속 친구들은 뻐꾸기가 아파서 일찍 집으로 돌아간 줄 알고 깜짝 놀라 뻐꾸기네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봐요, 뻐꾸기네, 어디가 아픈 거예요? 운동회 시작할 땐 함께 있었더니 언제 집으로 돌아왔나요?”
큰 눈을 선하게 뜬 소쩍새가 물었습니다.
“글쎄 토끼, 걔는 오늘 아침에 산삼을 훔쳐 먹고 달렸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지요. 그리고 다람쥐는 아마   이빨 속에 칼을 감추고 있었을 거예요. 그건 반칙 아닌가요? 산비둘기는 남편의 날개를 달고 온 거 맞지요?”
뻐꾸기는 입을 삐죽거리며 일등을 한 동물들에게 험담을 하였습니다. 동물들은 뻐꾸기가 너무 아파서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걱정스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동물들은 뻐꾸기를 위해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였습니다.

솜씨 좋은 원숭이가 정성스레 죽을 쑤어 뻐꾸기를 찾아갔습니다.
“원숭이네, 나는 이런 천한 음식은 먹지 않아요.”
뻐꾸기의 말에 원숭이는 얼굴이 빨개져서 돌아왔습니다. 사슴은 으름나무 열매를 따가지고 뻐꾸기를 찾아갔습니다. 뻐꾸기는 집안에 있던 축축한 깃털들을 햇볕에 말린다며 밖으로 끌어내고 있었습니다. 바람에 깃털이 날려서 동네가 온통 지저분한 깃털 천지가 되었습니다. 그것을 본 사슴이 찡그리며 말했습니다.
“뻐꾸기네, 이런 것은 집 안에서 말려야지요. 이렇게 하면 온 동네가 지저분해지는걸요.”
“남이사 안에 널건 밖에 널건 무슨 상관이예요? 나 편하면 그만이지. 참견하지 말아요.”
뻐꾸기의 말에 나무 위 산새들이 깜짝 놀라서 눈을 둥그렇게 떴습니다. 지나가던 뱀도 혀를 내두르며 말했습니다.
“이 동네에 정말 징그러운 동물이 이사를 왔구만.”

사슴은 가지고 온 으름열매를 도로 가지고 가다가 아기 박새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그 소문은 순식간에 작은 동산 가득 퍼졌습니다. 동산의 동물들은 더 이상 뻐꾸기를 찾아가 놀아주지 않았습니다. 뻐꾸기는 늘 혼자서 둥지에 앉아 숲속 친구들을 향해 눈을 흘기고 있었습니다. 외로움에 지친 뻐꾸기가 둥지를 떠나는 날이 되었는데도 숲속 동물들은 아무도 내다보지 않았습니다. 오소리는 어린 아들딸들을 툇마루에 조르르 앉혀놓고 하늘을 나는 뻐꾸기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얘들아, 너희들은 저 뻐꾸기처럼 살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 알았지?” <끝>


* 인생을 뻐꾸기처럼 살면 정말 안 되는데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뻐꾸기와 같은 사람을 만납니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은 뻐꾸기 자신이 뻐꾸기인줄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가끔 내가 혹시 뻐꾸기가 아닐까 하고 뒤를 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