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은 단풍이 어여쁘게 물 들기 시작하는 때 이다.
내 48회 생일은 생일 이구 뭐구 애가 고3 이니깐
아무 신경도 쓸 겨를 이 없었다.
근데 엄니가 웬일 인지 큰딸 생일에 올라 오신다고 연락이 왔다.
원래 생일이라 해도 귀찮아서 멱국도 잘 안 끓여 먹는다.
그러나 노인네가 오신다니 어찌 가만 있으리오?
큰 맘먹고 사태 듬뿍 사다가 설설 끓여 쪽쪽 찢어 멱국 끓이고,
불고기도 재어 놓고, 동태전도 부치고,
나물 세가지, 잡채 등 내 깐에는 진수성찬을 준비했다.
아! 근데 엄니가 몸이 좀 안 좋다고 못 오신다고 연락이 왔다.
딴 때 같으면 "얼씨구! 잘 됐다." 하고 신나 하겠지만
며칠 전에 막냉이딸 생일 때는 그 집가서
하루 주무시기도 한 분인데 큰 딸인 나와는  항상
차별로 대하시는 분이라( 난 어려서 주워 온 줄 알았다....)
무지하게 서운 했다.
울 엄니는 열손꾸락 깨물면 안 아픈 손꾸락이
있으신 분이 었다.
아무렴...!    잘 나가는 막냉이 딸과 내가 같을 수는 없을 테니까...

걱정하는 고3 짜리를 괜찮다 하며 학교 보내 놓고
혼자 컴컴한 방구석에서
눈물 뚝뚝!  떨구다가
특유의 나의  傲氣가 발동 .......
"U~C!  울구 있으믄 누가 나를 위로 해 주랴?
내가 내 생일을 축하하자." ...... 하고 툭툭 털고 일어나
보온 도시락에 더운밥, 고기 듬뿍 넣은 멱국,
불고기, 전, 잡채등을 주워 담고 뜨거운 커피담아
배낭에 짊어지고 울 막냉딸 하니(요크셔~ 지금 12살 짜리)를 데불고
윙~~~!    하니 유명산으로 떠났다.

아침 일찍 유명산을 우리 둘이 전세내어
씩씩 땀흘리고 올라가니
하늘은 쪽빛이요...
산아랜 秋色이라....
멱국에 밥말아서 밥 한입 입에 물고
쪽빛하늘 쳐다보고.....
고기한점 하니 멕여주곤 억새 한번 만져보고.....
입에 쫙! 붙는 커피로 입가심하고  둘이 오붓이 조찬을 즐기고
계곡을 휘돌아 내려오니
"어머니나~~~!!!
금강산이 이만 하냐?
설악산이 이만 하냐?"
빨간 아기 단풍잎이 선홍색으로
물 들기 시작.... 잘 왔다고 손짓하니
울적했던 가슴앓이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제절로 노랫가락이 나오더라...

방에 틀어 박혀서 울고 짜고 있으면 요래
이쁜걸 어찌볼 수 있었겠나 ?
지금도 눈에 서언한 광경이다.....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그리하여 나의 48회 생일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화려한 단풍들의 생일 잔치 였었기에
난  마흔 여덟번 째 생일을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