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 날, 스승의 날 그리고 성년의 날 등이 있어 가정의 달이라 하여 마음으로부터 감사와 사랑을 느끼는 달이기도 하다. 특히 문화관광부에서는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을 정해서  1999년부터는 청소년들에게 전통문화의 자부심을 심어줄 표준 성년식 모델을 개발하여 전통 관례 복장을 갖추고 성년의 날 행사를 한다.

성년식이란 만 20세가 된 젊은이들에게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성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을 느끼게 하여 성인으로서 인정해주는 의식을 말한다. 나라와 민족 별로 다양한 성인식 행사가 있는데 우리나라도 고려시대 이전부터 성년례를 실시하였다. 15세~20세가 되면 남자는 어른의 복색을 입히고 관(모자)을 씌우는 관례를 행했고, 여자에게도 어른의 복색을 입히고 비녀를 꽂아주는 계례를 실시하여 성년이 되었음을 사회적으로 인정하였다. 미혼이더라도 관례를 마치면 완전한 성인으로서의 대우를 받았다.

성년식을 치른 사람은 법률상 성인으로 대접받으며 선거권을 갖게 될 뿐아니라 이제부터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대학진학에 관한 지식교육에는 굉장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나 성인이 될때까지 우리 아이들에게는 사람으로  살아가야하는 마음가짐이나 몸가짐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였다. 대부분의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들께서도 가르쳐 주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면 이구동성으로 인성교육의 중요성과 예절교육의 필요성을 말하지만 실천을 하고자 하는 노력은 안하고 있다.

옛날에는 서당에 다니던  오늘날의 초등학생들 또래의 아이들에게 소학이나 명심보감 등을 통해서 사람의 도리와 마음가짐과 몸가짐의 기본을 가르쳤는데 반하여, 오늘날에는 그것에 대체할 만한 마음가짐이나 몸가짐에 대한 교육이 없거나 형식에 그치고 만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염치와 부끄러움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상실하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살아가는데도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것 같다. 자신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며, 타인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가혹하게 처신하여, 사회가 날이 갈수록 메말라가고 있다.‘윗물이 맑아야 아랫 물이 맑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사회의 지도층 어른들조차 말 바꾸기를 밥먹듯 하며 신의(信義)라는 단어는 사전속에서나 찾아야 될지도 모르는 처지가 되어 가고 있다.  정치인은 물론이거니와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중에도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사람이 드물고, 노블리스 오불리제라고 하는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임의식도 점점 희박해져 가는 우리 사회는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져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초임교사 시절에 도덕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 친구들과 만나면‘나는 법보다 무서운 양심을 가르치는 사람이니 내 말은 믿어도 된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곤 했다. 법은 예절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을 강제적으로 바르게 하는 최후의 수단이며 최소한의 도덕률이다.예절은 제대로 안다면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은 법이 없이도 살지만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사람은 가혹한 법으로도 다스려지지 않는다. 요즘은 논의되는 효행장려법의 제정이 어쩔수 없이 꼭 필요하다면 제정되어야 하겠지만 근원적인 문제인 인간성과 도덕성 회복 즉 예절의 재정립이 우선 되어야 하겠다.

우리가 아이들로부터 마음을 다한 효도를 받고자 하면 우리 또한 부모님께 마음을 다한 효도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어른으로서 대접을 받으려면 마음을 다한 사랑과 모범으로서 어른노릇을 제대로 할 때, 그리고 그런 노력이 많이 쌓여야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아이들에게도 당당하게 요구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년간 예절교육을 실시하다 보니 예절에 대한 어른들의 일반적인 반응은 어렵고 번거로운 것이고 자신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살아가며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서는 부드러운 매너는 훌륭한 자산이 된다.

예절은 번거로운 것도 귀찮은 것도 아니고 같은 생활문화권에서 오랜 생활습관을 통해 하나의 공통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 정해 놓은 약속이다. 이 약속은 사회구성원이 살아가면서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와 질서를 우리가 정해 놓은 생활방식으로 서로 상대방에게 갖추어야 할 말투나 몸가짐 또는 행동을 합당한 형식으로 표현하는 행위를 말한다. 동양에서는 “예(禮)”라고 하며, 서양에서는 ‘에티켓(etiquette)'또는 '매너(manner)'라고 한다. 예절이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약속이며 그 근본 정신은 인간에 대한 존중 즉 인격존중이다. 예절은 인간으로서 자기관리 정성과 삼가는 자세, 사회인으로서 대인관계를 원만히 하기 위한 공경과 사랑을 바탕으로 한 남에 대한 배려라 할 수 있다.

서양사회에서는  남에게 호감을 주고, 폐를 끼치지 않으며, 남을 존중하는 것을 기본 정신으로 하는 에티켓이라고 하는 행동양식을 모든 계층 사람들의 행동기준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비정신이라 하여 자신에게 대해서는 엄격하며 상대방에 대해서는 관대한 정신을 예절의 근본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 하여 홀로 있을 때도 조심하여삼가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하였다.

아이들이 예절원에 교육을 받으러 오면 인솔하신 선생님께서는 ‘예절원이니까 조심하자’라고 말씀하시고, 아이들 또한 그 말씀을 따를 뿐 아니라 갈때는 자랑스럽게 공수자세로 웃으면서 인사하고 가는 모습을 보면 예절원 운영의 어려움들이 봄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나마도 유치원은 형식적인 예절교육이라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꾸준히 배워서 몸에 익혀야 하는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일부학교에서만 미미하게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초등학교 6년 동안 기본예절교육을 실시하고 중.고등학교를 거치는 동안 심화교육을 한다면 마음가짐과 몸가짐은 어느 정도 몸에 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수능시험이후에 고3학생들에게 어른으로서 갖추어야 할 사회예절교육을 실시한다면 지금의 형식적인 성년식 행사보다 효과가 있을 것이다. 몸은 어른이 되어가는데 어른으로서 마음가짐과 몸가짐의 준비를 전혀 시키지 않는 사회를 아무리 훌륭한 법이 있다 해도 어떻게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있겠는가?

예절은 어려운 것도 복잡한 것도 아니고 습관이고 버릇이므로 잘 배워서 실천하면 살아가는데 편리하고 편안한 것이다. 영어를 모르면 배우는 것처럼 예절 또한 모르면 배워서 내가 실천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면 강제적인 효행장려법으로서가 아닌 마음으로부터 사랑과 공경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늘부터라도 출근할 때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다녀와서 부모님께 안부인사를 드리는 예절실천을 시작한다면 우리사회의 건강성 회복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이 이제부터라도 섬김을 받으려 하지말고 먼저 우리가 섬기려는 노력과 사람노릇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