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仁一病>


인일여고 우리 선배님들
못 말려 못 말려.

일년 후배한테도
이년 후배한테도
아니, 새까만 후배한테도
꼬박꼬박 존댓말 해요.

수십년 세월이 흘렀어도
말에도 조심을
행동에도 조심을
아직도 요조숙녀로 알아요.

그 옛날 고고했던 모습 그대로
체면 지키고
품위 지키고
지킬 것 다아 지켜요.

희어진 머리카락만큼이나
세월도 흘러흘러 몇 구비인데
언제나 옛 모습 그대로
모두들 일등이래요.

인일여고 우리 선배님들
못 말려 정말 못 말려.

*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더러 인일 선배님을, 혹은 후배들을 만날 때가 있다. 나는 인일 소리만 들으면 반가와서 통성명 후 기수 따져서 일년이라도 선배가 되면 무조건 그 즉시 ‘언니’라고 부른다. 일년이라도 후배가 되면 그 즉시 말을 트고 너니 나니 한다. 그런데 우리 언니들 정말로 못 말리는 병이 있다. 내가 분명 후배라고 했는데도 끝까지 존댓말을 쓴다. 난 언니라고 부르며 어리광 떨고 싶기도 하고 개기고 싶기도 한데, 언니들은 한발 물러서서 점잖을 뺀다. 인일 홈페이지에서의 대화에도 보면 언니들이 계속 꼬리말에 후배에게 존댓말을 쓴다. 그냥 편하게 ‘아무게야, 너 그렇구나.’ 이렇게 말해주면 얼마나 편할까? 난 언니들이 계속계속 존댓말 쓰면 너무나 불편하다. 시골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나는 요조숙녀가 껄끄럽다. 몇 년 세월이 더 흘러야 우리 언니들과 편안한 관계가 될까? 이렇게 사는 내가 인일의 체면을 깎는 것이라고 인일 가족들이 부끄러워한다면, 나는 인일 꼬리표 떼어버리고 그냥 풀꽃과 함께 풀벌레와 함께 풀밭에서 이리저리 뛰며 그들의 친구로나 살리.
                                                                      (2005.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