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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이야기1

 


 

농사는 풀과의 싸움이다. 작물을 심어 풀을 제거하고 얼마만큼 작물을 얻느냐가 관건이다. 이 풀을 일일이 뽑아주어야 하는데 나는 그렇게 못하고 있다. 대신 밭두렁에 부직포를 깔았다. 부직포는 풀이 나지 않게 방지할 뿐 아니라, 비가와도 물이 잘 빠지고 밭두렁을 질퍽하지 않게 해 준다. 우린 해마다 풀을 뽑지 못해 이 부직포를 깐다.

우린 작은 농사라 부직포로 해결하지만 아직도 밭두렁에 풀이 나면 제초제 사용하는 집이 많다. 월남에서 미군들이 베트콩을 찾아내기 위해 고엽제를 뿌렸다. 그러면 이파리가 말라서 떨어져 고엽제라 불렀다. 제초제는 그와 성분이 같다. 제초제를 뿌린 곳은 풀이 시들시들해 지고 누렇게 말라죽는다. 그악스러운 풀이 그렇게 죽다니 얼마나 신기하고 얼마나 편한가. 편한 만큼 해롭지만 사람들은 제초제 사용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제초제를 뿌려대는 것을 보면 겁이 난다.

두 번째로 농사는 동족과의 싸움이다. 될 성 싶은 반반한 포기 하나만 남겨놓고 뽑아주어야 한다. 솎아내는 그 선택이 고역스럽다. 세상에 나와 자라지도 못하고 뽑혀 나가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잔인하게 한 포기만 남겨놓고 다 뽑아주어야 한다.

이 싸움에서 이겨낸 작물이라도 자식을 떼어내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큰 가지만 남겨놓고 또 잔인하게 곁가지는 따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상품성 있는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이 농사의 기본이다.

나는 이것을 잘못한다. 살려고 이 세상에 나왔는데 자라지도 않은 것을 솎아주어야 하는 것이 고역스럽다. 그래서 변변히 다 뽑아내지 못한다. 곁가지 따 주는 것도 잘 못한다. 그래서 내 밭에서 자라는 열매들의 크기는 작고 수는 많다. 한마디로 상품 가치가 없다. 농사를 지은 지 거의 10년 째 되지만 아직도 이것을 잘 못하고 있다.

세 째로 농사는 자연과의 싸움이다. 바람에 쓰러지지 못하게 기둥을 박아 매 주어야 하고 물기가 많으면 농작물이 자라지 못하니 배수에도 신경 써야 한다.

그러나 나는 이것 역시 잘 못하고 있다. 내 깐에는 잘 매주려고 하지만 내가 맨 것은 헐렁해 바람이 불면 쓰러지기도 하고 뿌리도 뽑힌다. 농작물이 사람을 알아봐 초보자라고 우습게 여긴다.

어제는 고추에 줄을 매주고 풀을 뽑아주고 고추와 가지 토마토의 곁가지를 따주었다. 밭에 나가면 온통 일거리다. 조금도 쉬지 않고 일해도 서너 시간은 순식간에 지난다. 이 힘든 일을 왜 하는가. 마트에 가면 미끈하고 크고 좋은 야채들이 널렸는데....

힘은 들어도 농작물들이 내게 주는 기쁨은 힘든 것 이상이다. 마치 애완견을 키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은 농사가 제일인 듯하다. 서둘면 서툰 대로 심어 놓고 가꾸면 어떻게든 자란다. 매일 그것들을 들여다보면 꼭 내 자식들이 자라는 것처럼 기쁨도 느낀다.

여름의 길목이다. 일 년 중 아카시아 꽃 피고 질 때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밭에는 야채들이 아우성치며 자라고 있다. 먹기도 전에 자라 미처 뜯을 틈조차 없다. 야채들보다 더욱 야단스럽게 자라는 것은 잡초다. 잡초 제거하랴 야채 뜯으랴 밭에 가면 눈코 뜰 새가 없다. 힘들고 볕에 타 곤욕스럽지만 나는 저들에게 날마다 힐링을 받으니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