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녁에 전화벨이 울린다
벌떡 일어나는데 불길한 예감이 든다
나보다 먼저 전화기를 든 남편의 목소리
아이구 어떻해요... 죄송합니다...
가슴이 마구 떨리기 시작한다 아버지께 무슨일이....
허리만 아프셔서 그렇지 식사도 잘 하신다고 하셨는데....
그런데 천식이 심해지시고 호흡곤란으로 돌아가셨단다....

떨리는 발걸음으로 이층에서 자고 있는 딸 지나에게
일어나 인터넷으로 한국행 비행기표를 알아보라하고
나는 전화로 여행사 이곳저곳에 전화를 해본다
새벽 여섯시 전화 받는 곳이 한곳뿐이고 그나마 NO
비행기표를 구할 수가 없단다 구정 연휴라서
가방을 간단히 꾸려 공항으로 달려가고
하나 찾은표가 LA에서 11시 출발
그런데 그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는 덴버에서 LA까지의 표가 또 없다
엉엉 울면서 언니에게 전화를 건다 표가 없어서 못 갈것 같다고

LA 성매가 비행기표를 하나 구했단다  감사합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6시 40분
택시를 타고 아버지계신 병원에 도착하니 8시
아버지를 떠나 보내는 시각이 10시
나는 그렇게나마 아버지를 뵈올수가 있었다
이미 염을 다하신 모습의 아버지를

지난 졸업 30주년 파티에 갔을 적에
혼자 살고 계시는 아버지께서는 한사코
내가 당신 아파트에 있으면 아버지도 나도 불편 할 것이라고
동생집에 머물기를 고집하셨다
아버지와 함께 맛있는 한정식을 저녁으로 먹은 다음날
아버지는 조기 몇마리를 사오셨다 동생집으로
"송자 해 먹여라 어제 맛있게 먹더라"
나는 그렇게 언제나 아버지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막내딸이었다

내가 미국으로 시집올 적에 나의 남동생들 말이
"아버지께 옳바른 소리 할 수 있는 사람은 누나뿐인데 앞으로 걱정이다..."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평생을
"내 인생에 양보란 없다"를 고집하시며 살아가셨다
그래서 연세드시고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에
참 많이 외롭게 지내셨다
그리고 외롭게 돌아가시었다
멀리 있는 자식은 아무 도움도 못되고 그저 그리움의 존재뿐일 뿐

아버지 감사합니다
많이 많이 사랑해 주셔서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세요.

*11에 있는 글을 옮겨왔습니다. Anne(2008.02.22 p.m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