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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2일 수요일.

폭염으로 들끓던 날씨도 주춤 잦아들었다.

송내에서 출발한 버스는 서울 서초동을 지나 죽전을 거쳐 대전들 들르며

전국에 흩어져 사는 식구들을 태우고 안동 하회마을로 달려갔다.

이번 여행의 첫 식사는 안동 한우다.

특등급 한우 갈비살을 주문해 놓고 달려가는 길.

거제에서 출발하는 찬정이는 식당으로 직접 오기로 했다.

입에서 살살 녹는 한우를 먹으며 우리는 이번 여행 멤버 구성을  마무리했다.

찬정이는 거제에서 대구를 거쳐 안동까지 버스를 갈아타고 왔다.

자 ~ 본격적으로 여행 시작 ~

 

하회마을에 도착해서 보니 마침 탈춤 공연과 시간이 맞았다.

마을을 얼른 한바퀴 휘~ 둘러보고 재빨리 공연장으로 가서 공연을 보았다.

하회탈을 쓰고 익살과 해학으로 한과 슬픔을 풀어내는 공연자들.

그들의 몸짓에 따라 박수를 치며 까르르 웃다보니 그냥 눈물이 난다.

내 얼굴은 하회탈처럼 웃고 있는데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

나이탓인가?

 

우리는 영덕에 있는 국립 청소년 해양 체험 수련원에서 묵을 것이다.

아주 미세한 입자의 비가 간간히 뿌려지니 기분도 청량하다.

안동에서 한우 먹은 배가 채 꺼지기도 전에

영덕에 도착하여 싱싱한 해물탕을 또 먹었는데, 와우 ~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신선하고 맛있다.

순영 회장님께서 어느 틈에 슬쩍 가셔서 계산하고 오셨다.

총무님은 안 돼요~돼요~돼요~~를 외치며 드러내놓고 좋아하셨고,

우리는 박수로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버스 안에서 먹을 간식도 회장님께서 손수 정성껏 준비해 오셨다.

이거야 원....

송구스럽고 감사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우리들이 선배님들을 섬겨야 하는데 이렇게 융숭한 대접을 받다니 ~

회장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숙소는 넓고 깨끗했다.

방에서 바다가 바로 보이고 해돋이도 볼 수 있었다.

마침 그믐이라 달은 보이지 않았지만

새벽녘에 창 밖을 내다보니 수없이 많은 별이 와르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달 없는 밤엔 무수한 별들이  힘을 합쳐 희뿌연 빛을 내는 모양이다.

동해 바다 푸른 물 속으로 별이 퐁퐁퐁 들어간다.

여행 첫날 밤이라 쉽게 잠들지 못하고 창틀에 매달려 별들의 향연을 엿보았다.

 

 

둘쨋날은 영덕에서 금강송 숲길을 거닐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려 구주령을 지나 영양으로 갔다.

 

금강송 숲길에서 만난 숲 해설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숲 치유사였다.

그는 나무와 숲에 대해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다.

검게 그을린 소박한 얼굴을 한 초로의 남자가 얼마나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지....

긍정의 에너지를 듬뿍 받고 돌아서는 발길이 아쉬웠다.

나무가 사람보다 낫구나 ~

그 숲에서 새삼 이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영양에서는 조지훈 시인의 기념관도 가고,

우리나라 3대 정원 중 하나라고 꼽히는 서석지도 보고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 친 선바위도 보았다.

특히 서석지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고택이었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운치 있는 정원의 풍광을 맘껏 즐겼다.

3대 정원은 보길도의 세연정, 담양의 소쇄원, 영양의 서석지라고 하던가?

 

봄님들과 함께 다니니 하루 해가 엄청 짧다.

숙소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한 자리에 모두 모였다.

진솔한 대화, 배꼽 잡는 이야기, 편안한 마음으로 나누는 이런저런 이야기, 솔직한 의견.

우리들 여정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모두 모여 수다방을 차리며 보냈다.

 

생각해 보면 기적과도 같은 10년이다.

이렇게 온 사방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만났을까?

인일 홈피가 없었으면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자유를 꿈꾸는 영혼들이 운명적으로 만나 모임을 이루었다.

뜨거운 열정을 지닌 藝人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봄날>이 되었다.

이게 어디 보통 인연으로 될 일이란 말인가?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봄날> 때문에 행복했다.

그리고 앞으로 10년도 <봄날>이 있어서 든든하고 행복할 것이다.

노년을 대변하는 키워드가 외로움, 고독이라지만 

<봄날>과 함께 하는 한 우리와는 상관 없는 말이 되리라.

우리는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며 삶을 공유할 테니 ~

 

이 여행을 위해 온 몸과 마음을 다 바쳐 헌신하신 순호 대장님과

알뜰살뜰 살림을 맡아 하신 화림 총무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함께 하신 모든 봄님들과 사정상 마음만 따라 가신 님들 ~

참말로 모두 모두 사랑합니다 ~

<봄날> 10주년 만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