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소묘/신금재


--------------1986년 11월 18일  육아일기 중에서


옥녀봉 산줄기를 타고 흐르는

능선들의 골짜기로

태양은 걸음을 재촉하고

잿빛 안개 머금은 저녁산

대침묵 중인 수도승으로 걸어간다


옥하마을 저녁짓는 연기

가을 들꽃 한 송이로 피어오르면

장승포 바닷가 언덕길을

뛰어오르는 소년들 얼굴 위로

남해의 쪽빛 물결

몽돌은 차르르 차르르

파도따라 꿈꾸는데


젖 먹고 잠든 아기 

베란다 너머로 저녁 바다 출렁거리는

그 충만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