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가라지세일을 구경간다고 우루루 몰려 나갔던 아이들이 들어온다.
'선생님 선생님 아기 주려고 신발 사왔어요. 새것이예요'
근호가 재원이 발에 슬리퍼를 신겨 주는데...아이고 예쁜넘들.
'어머 딱 맞네...고.마.워.' 미선 언니 따님인 재원 엄마가 근호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여보 녀보 선배님 핸펀이 불통이예요. 얼른 얼른 일어나요'
아침 일찍 호문언니랑 전화연결이 되었나 시애틀에 전화 해보니
호문언니께서 미선언니랑 통화를 못하셔서 애간장을 태우고 계셨다.
처음 목소리를 듣는 호문언니랑 호호 하하 한다음
미선 언니께 전화를 하니 전화 불통.
층전 카드를 다 쓰신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봄날 아가씨들이 눈앞에 왔다리 갔다리 하니...
밥은 먹고 가자는 인일의 사위말에 한상 차려주고...
친정언니 집에 들어가듯 문을 쓰윽 열고 들어가니
꽃무늬 간따쿠를 입으신 미선 언니가 반가워 기절 일보 직전이시다.
'전화가 안돼서..'
'으~응...하룻만에 다 써버렸어'
그게 얼마 짜린데 하룻만에 다 쓰나. 큰일이다.
허긴 이곳 핸펀은 걸어도 돈 받는것도 돈.
서울의 아이들 부모들이 별걸 다 물어보며 전화를 해 대니 그럴수 밖에.
잉글리쉬 베이에 가서 수영을 하기로 했다고 아이들은 서로 바빴다.
샌드위치를 싸던 지연이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미선 언니랑 함께 아이들 점심을 준비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만남 ... 일생을 살아가며 많은 만남이 있는데
오늘은 지금 이자리에서 미선 언니랑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네 생각하니...
내 인생이라는 책속의 몇 페이지 쯤에 오늘 이시간이 있나 매우 궁금해 졌다.
다음 페이지속의 만남들의 모습...결코 미리 펼쳐 볼수 없는 각자의 인생이라는 책.
사람이 산다는것이 참 신비롭다는 생각을 했다.

얼른 얼른 준비들 해라.
미선 언니 방에 들어가니 방 바닥에 철퍼덕 앉으셔서 화장을 하고 계셨다.
눈썹을 그리시는데 안경을 쓴채로...
연필이 눈썹에 잘 안 도착하니까 안경을 벗으신다.
그럼 그렇지...안경을 벗어야 하는걸 잠시 잊으신거야.
아기옷 갈아 입히는건 할머니들 차지.
미선언니를 할머니라 부르는 아이들이 나 한테 까지 할머니라 불러대니
정말 못살겠다.
차에 다 탔는데 아 ~ 모자...
얼른 가져 오세요.
공주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문제의 그 까망모자를 달랑 달랑 들고 나오셨다.
바다가 보이고 다운타운이 보이는
Burnaby Mt. Park 에 갔는데...
무조건 인일의 사위랑 앉혀 놓고 사진을 박으신다...
이제 우리 두사람 쪽계회원 되는건 시간문제다.
꽃 보시고 어머머머
바닷물 내려다 보시며 어머머머
미선언니 일행은 다운타운으로 가야하고
나 또한 가야할 시간이고...
스카이 트레인 역에 내려 드리고 돌려 나오려는데
미선언니 머리에 모자가 없네.
모자~~~ 하고 소리쳤더니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가방을
턱 턱 두드리신다.
까망 모자...까망 모자는 이제 내가 지킨다.
아주 유리한 조건으로 바꾼 핸펀.
그래서 바뀐 미선언니의 새 번호
1-604-722-7868
호문언니께 얼른 알려 드려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