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살림을 하는 집엔 그릇도 많습니다.

큰 그릇, 작은 그릇, 상차림 그릇, 허드레 그릇.

수많은 그릇이 찬장에 그득하여도

주인의 손이 자주 가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값비싸고 예쁘다고 진열해 놓은 그릇이나

제대로 씻지 않아 더러운 그릇은

급히 필요할 때 마음대로 쓸 수가 없습니다,

주인이 가장 편하게 애용하는 건

잘 보이는 곳에 있고

항상 손 가까이 대기하고 있는

깨끗하고 만만한 그릇입니다.

 

하나님은 토기장이

나는 그가 빚은 질그릇

 

풀잎의 이슬처럼 잠시 머물다 가는 세상에서

무시로 주님 손에 쓰일 수만 있다면

이보다 귀한 축복이 없겠습니다.

 

나 비록 투박하고 볼품없이 생겼지만

속에 든 헛된 욕망 성령불로 다 태워버리고

속사람은 말씀으로 날마다 담금질하여

언제든 어디서든 가리지 않고

주인 손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깨끗하고 만만한 그릇이 되고 싶습니다.

 

  

 

                                                                     김 희재 권사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