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

치자꽃을 보니 옛 생각이 스쳐간다.


울엄니는 그어려운 대가족 속에서도
늘 꽃을 곁에 두셨지.

그중에서도 단연 치자꽃이 많았는데
얼마나 향이 좋았던지...
선 머슴아 같던 나도 꽃에 코를 들이대고
실룩댈 정도 였지.

조금있으면 열매가 맺혀,

노리끼리하고 예쁜 열매가....

울엄니는 그걸 따서 말렸다가 녹두부칭개 할 때 물을 들여
부쳐주시곤 했지.

참~대단한 여장부이신데
게다가 섬세하고 여성스럽기도 하시고...

지금도 일기를 쓰시니깐,

어느날 내가 그일기를 디다보니

내욕을 한바가지 써놓았더라


화가 나서 우드드득 찢어 버렸지.

담날 다시 그일기장을 디다보았어.


 "누구라 日記장을 트더 버렸다.
누구 소행인지 모르겟다"


(10년전 어느날 수다방에 써진 글이다)


늘 내 머릿 꼭대기에 앉아 계셨던 울엄니가

그러셨듯이 나도 메모수준의 일기를 쓰고

치자꽃 처럼은 아니지만 50년이 다 되어 가는

군자란을 끌어안고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