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신금재  


언제였던가.

2006년도 한해가 저무는 세모 끝자락에 수필-행복을 수선하는 그녀-로 등단한 것이.


수필을 쓰면서 시라는 친구에게도 다가가고 싶어 여러번 손을 내밀었지만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라는 노래처럼 시는 그렇게 만만하지않았다.

그래도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간간이 적어놓은 오래된 시작노트를 펼쳐보며 이번에 한비문학

100호시부문 신인상에 도전하였다.


시 물안개는 우리가 이곳 캘거리 디스커버리 동네로 이사오던 해 인디언 마을 계곡에 피어나는

물안개를 보면서 이루지못한 꿈을 접어가며 속절없이 가는 세월이 물안개를 닮아보이던 어느 

초여름 날에 쓴 것이다.

밖에 외출하였다가 교민신문에서 보았다며 아들이 전화를 걸어주던 날,  이제 엄마의 속내를 

이해해주는 것 같아 가슴 뿌듯하였다.


시 춘설은 이민오던 다음 해 새 집을 사서 이사간 동네에서 저녁 무렵 묵주기도를 하면서 창밖을

내다볼 때에 가로등에 비치던 그 하얀 눈과 묵주의 붉은 색이 상징하는 고통의 신비를 바라보며 

쓴 것이다.


시 광야에서는 어느 해 사순절 이맘 때에 감곡성당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며 문득 그즈음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쓴 시이다.


한비문학 100호를 백일을 맞이하는 나의 손자의 백일상에 함께 축하하는 마음의 접시에 담아

올리며 세 편의 시를 추천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고개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동안 겨울의 동굴에 갇혀있던 나의 시어들이 나비의 날개를 달고 이제 막 오르려고하는 오늘.

 

 기나긴 겨울의 얼음을 뚫고 흐르는 디스커버리 계곡의 시냇물 소리와 로키의 정기를 닮은 

전나무들의 향기를 담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