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센/신금재  


노예 12년 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관에서 본 친구 말이 영화가 다 끝나도 금방 일어설 수 없었다고하면서 추천해주었다. 

그날 저녁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오늘 금요일 저녁인데 영화보실래요, 하는 말에 나는 얼른 노예 

12년이라고 대답해주었다.


화면은 아주 어둡고 컴컴하게 시작되다가 나중에는 미국 남부의 밝고 환한 목화밭으로 이동되어갔다.

영화기법을 잘 모르는 내게도 군데군데 아주 인상적인 장면들이 들어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영화는 미장센이 잘 되어 매우 아름다운 영화라고 하였다.

듣느니 처음 듣는 영화용어 미장센은 무대 위에 배치하기 또는 카메라(프레임)을 이루는 모든 것이라고한다.


스티브 맥퀸이라는 감독이 만들었다기에 예전에 본 영화 빠삐용에 나오는 그 주인공인줄 알았는데 유명한 

아티스트라고한다.


주인공 솔로몬이 잔인한 농장 관리인에게 죽기살기로 대들다가 나무에 목이 매달린 장면이 나오는데 주변에 

사는 노예들이 아무렇지도않게 걸어가는 장면이라든가 악덕 노예주에게 한정없이 매를 맞는 여자노예가 

벌거버깃긴 채로 나무에 묶여있는 장면은 도저히 볼수가 없었다.


처음에 친구의 추천말을 듣고 유튜브에 들어가 어떤 영화인지 살펴보았을 때 브래드 피트가 잠깐 보였다.

자막에 나온 대사 중에 그가 캐나다에서 왔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휘날리는 긴 머리카락의 브래드 피트 역할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브래드 피트는 주인공 솔로몬의 처지를 이해해주고 편지를 써주어 자유인으로 돌아오게 해주는 

역할이었다.

언젠가 이민 초기 영어공부를 하러 다닐 때 노예해방을 도와주는 지하 레일웨이가 있다는 이야기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실제로 보이지않는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미국에서 탈출한 노예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의 연결망이라고하는데 

그렇다면 그때 읽어본 책의 주인공이 혹시 브래드 피트가 맡은 역할의 그 사람이 아닐까.

이제는 십 년도 더 지나 내용도 희미해지고 제목도 생각나지않는 그 책이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찾아 

읽고싶어진다.


역사는 이름없이 정의를 지켜가는 사람들의 몫일까.

브래드 피트의 말처럼 하느님 앞에서 백인이든 흑인이든 우리 모두는 평등하다고.

딸아이 말처럼 저 시대에 태어나지않은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