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엄청 운 좋았던 이야기랍니다.

 

결혼 때에 반지도 하고 시계도 하고 그러쟎아요?

전 그 때나 지금이나 그런 장신구에 도통 관심이 없는데 암튼 어른들이 이것 저것 해주셨어요.

평생 그 반지와 그 시계 차 본 적도 별로 없는데 그게 또 사연이 있답니다.

 

일단 제 시계가  꽤 고급이었던 모양인데( 전 그런 거 잘 모르거든요) 모양은 참 예뻤어요.

문제는 차보니까 그게 안전장치가 없더라구요.

 

어쩌다 정신없이 다니면 그냥 떨어져 버리는 거에요.

 

일본 갈 때도 일단 결혼 시계고 지금처럼 싼 물건들이 있던 것도 아니고 해서 가지고 가서 차고 다녔어요.

 

민단 사무실에서  방도 제공한다고 해서  방세도 절약할 겸 한두달  살았는데

도무지 사생활 보장이 안되서 그냥 근처에 싼 방을 얻었지요.

 

우리가 사는 집 바로 옆에 전철 역이 있고 집에서 사무실로 가려면  그 전차에서 내린 사람들하고 섞이게 되거든요.

출퇴근 시간대에는 상당히 복잡하고 사람도 많이 다니는 그런 길이에요.

 

그 날도  출근한다고 집에서 나와서 좀 걷다보니 갑자기 손목이 허전 한 거에요.

보니 시계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더라구요.

깜짝 놀라서 근처를 다 찾다가 하수구에 빠졌나 들여다도 보고

급한 마음에 일본어 전혀 못한다는 사실도 잊고 바로 앞에 있는 빵집에 들어가서 손짓발짓 다하고

혹시 싶어서 다시 집으로 가서는 쓰레기통 다 뒤졌지만 나올 턱이 없는 거에요.

 

암튼 그러고 좀 시간이 흘렀는데 한달 쯤 됬나?

 

그 사무실에는 할아버지 아저씨들만 오시는 게 아니고 아주머니 할머니들도 자주 오시거든요.

부녀회라는 게 있어서  행사 때마다 음식 장만부터 뭐 살림을 다 그 분들이 하셔요.

 

한 할머니께서 놀러 오셔서는 저하고 이러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됬어요.

그런데 그 할머니 손목에 제가 가지고 있었던 것과  똑 같은 시계가 차여 있는 거에요.

 

"할머니 참 예쁜 시계 차셨네요" 했더니 "응 예쁘나?" 그러시대요.

 

"네!  제 꺼 하고 똑같네요." 하니까 "응 새 댁도 똑같은 거 있나? "그러시는 거에요.

 

"네!  근데 그거 잃어버렸어요." 했더니 잠시 생각 하시더니만

"어디서 잃었는데?" 하시면서 자세히 물으시고는 그 날은 그대로 가시대요.

 

 전 그 일은 일단  잊고 있었는데 며칠 후에 다시 그 할머니가 사무실로 오셨어요.

 

"실은 그 시계 우리 손자가  길에서 주웠다고 갖다 줬는데

내가 새 댁 말 듣고 손자한테 확인해볼라고 그 날은 아무말 안했데이."

하시면서

"물어보니까 그 역 근처에서 주웠다카더라.

이 거 새 댁 꺼이 맞구마.

우리 아이들이 

"작은 거 하나 잃어도 속이 상하는 게 여자 맴인데 새 댁이 결혼 시계 잃어 버리고 을매나 마음 끓이겠냐"

고 갖다 주라카더라"   하시는 거에요.

 

시상에나 이런 우연이!!!!!!!!!!!!!!!!!!!!!!!!!!!!!!!!!

 

남편에게 가서 말했더니

"당신 대단한 운을  가진 사람인가보다. 그게 어떻게 다시 당신 손에 들어왔냐?

어디 가지 말고 내 옆에 꼭 붙어 있어라" 고 그러데요.

(요 사람은 아마 자기가 그런 말 한 것 조차도 전혀 기억이 없을 꺼에요)

 

저녁에 둘이서 과자 사들고  할머니께서 가르쳐주신 댁으로  가서

인사도 하고 저녁도 얻어 먹고 왔답니다.

 

그 이후 그 시계는 우리집 설합에 그냥 유물로 남아있어요.

두 번 다시 세상 구경은 못했지요.

 

그게 수리도 안되고 그냥 그 시계줄 외에는 안된다니 무신 그런 비합리적인 물건이 있는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