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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설

 

 

                    /신금재

               

             

 
한바탕 지나가는 꿈이다.
 
하루살이의 군무처럼 떼 지어 오르내리는
 
죽음의 전야제 알에서 막 깨어나는
 
애벌레의 서툰 몸짓이다.
 
 
 
한없이 느려지는 라르고 템포로
 
 방금 피어나는 백합처럼 우아하게
 
 저 바다속 치어들의 행진이다.
 
 
 
거대한 식인 상어를
 
작은 비늘 하나하나로 막아내는 반란이다.
 
올리브 가지 손에 들고 달려오는
 
 예루살렘 군중들이다.
 
 
 
내 한 몸 떨어져 곤두박질하여
 
비록 흔적도 없이 촛불처럼 사라진다 하여도
 
묵주 기도 타고 내려오는
 
이 장미 빛깔의 화관
 
붉은 고통의 신비 나의 춘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