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에미가 그렇게 극성인 줄 몰랐다.

 

같은반 아이 엄마가 자기 아이가 어디 합창단에 입단하려면

오디션을 봐야 하는데 에미에게 노래지도 좀 해 달라고 했단다.

 

에미는 흔쾌히

집에서 며칠 발성법부터 가르쳐주고

자유곡도 정해서 지도해주었다.

 

킬킬대며 점심한끼 얻어먹고...

 

그 아이는 단번에 떨어졌다.

며칠  지도 한다고 뱃속부터 나와야 하는 소리가 나올 수 있겠는가?

 

에미는 그때야 정신이 나는지

합창단 뽑는 루트를 알아보더니

 

집앞의 성남  아트센타에서 뽑는 것을 알아냈다.

 

대충 은범이를 한곡 지정해 시키더니

온가족이 오디션 보는 장소를 따라간다.

 

밖에서 들어보니 다른 애들 소리는 전혀 안들리는데

은범이 소리만 크게 들리더란다.

 

음정도 정확하고 묻는 말에 대꾸도 잘하더란다.

하긴 뱃구레가 남들보다 크니 목소리가 예쁘진 않아도

딥다 크긴 크다.

 

친한 아이들과 함께 몇명이 신청했는데 은범이만  커덕 합격했다.

 

애비,에미는 좋아 죽는 표정이고

난 아주 벨 짓 다 ~한다.

메칠이나 가겠노? 하는 심정이었다.

 

매주 토욜마다 두 세시간씩 애데리고 아트쎈타로 다니더니

드디어 지난 토욜 첫 발표를 한것이다.

 

근처 판교의 작은 공원이다.

6시부터 시작인데 5시부터 가서 자리잡고 앉았다.

 

내 손주 첫무대이고 은범이가 할머니 꼭 오라니

꿈쩍도 하기 싫은 걸 따라갔다.

 

은초는 이판사판 공원을 뛰어다니고

합창단 애들 뛰어다니고

온가족들 동원되고....(하이고~!)

 

1378705005608 은범과친구들.jpg IMG_20130907_173335 은초와 외할머니.jpg

 (안경쓴 애가 은범이)                                                                 (은초와  할미)

 

인사후 첫번째가 은범이네 무대다.

1학년 부터 6학년 까지 50여명은 되는 듯 싶다

둘쨋줄에 서있는데 잘 안보인다.

그래도 배 불뚝 내밀고 씩씩하게 노래한다.

 

근데....

지휘자는 안보고 입으로는 노래하며 눈을 두릿거리며 뭔가를 찾는다.

썰썰대고 돌아다니는 은초하고 애비를 찾는것이다.

 

얌마 ~!

선생님 좀 봐라 ~ ! 하며 손가락질 해도

여전히 두리번 댄다.ㅉㅉ

 

에미가 손짓하는 걸 봤는지 두째 곡 부를 땐 제법 잘 따라한다.

커다란 제비 새끼같이 입을 쫙쫙 벌리며 실룩대며

얼굴이 벌개지며 정확히 따라한다.

 

드디어 나의 흥이 돋궈진다.

 

알게뭐냐 ~앗싸 ~!!!

손뼉을 쳐주며 맞춰준다.

 

잘한다. 은범이 ~!

잘한다, 내새끼 ~!

 

얼씨구 ~!!! ㅋㅋㅋ

 

다 끝나고 일부러 큰소리로 앵콜을 외친다.

사람들이 모두 웃으며 손뼉을 친다.

 

IMG_20130907_181029  은범합창.jpg

 (둘쨋줄 오른쪽에서 세번째 안경쓴 넘이 은범이, 잘보이지도 않는다 ㅎ) 

 

에이구 ~~~,

 

나의 임무는 끝났다.

 

다음 프로 시작하기 전에 얼른 자리를 떠난다.

힘들어 죽것다.

졸립기도 하고.....

 

눈을 반 쯤 감고 이리저리 길을 물어 집으로 간다.

1시간 쯤 걸었다.

저녁운동은 딱 질색이다.

 

범이 발표회를 새벽에 하든지...

좀 일찍 하지 우쩌자고 나 자야할 시간에 날 불러내냔 말이다.

 

오자마자 뻗고

난 오늘까지 비몽사몽이다.

 

에미는 은범이를 계속 성악을 시켜 이태리 유학까지 시킬 계획을 짠다.

 

그려  ~!

잘해봐라 ~

누가 말리냐 ?emot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