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 아침도 늦잠을 잤다

요즈음 들어 부쩍 늦잠을 자곤하는데

울안의 나무들이 울창해지면 온갖 새들이 찾아들어 새벽같이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깨곤했었는데

이젠 새소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깊게 잠이드는걸 보면  어쩔 수 없는 나이인것은 분명한가보다

지난 목요일 허리를 삐긋한 산이할아버지 때문에  주말내내 이것저것 옆에서 시중을 들고

토요일엔 집 울안에 들어온 노루를 수안산 쪽으로 내보내려 울안 이곳저곳 쫓아다니고 신경쓰느라 힘이들었나보다

다행히 일요일에 살펴보니  열어놓은 뒷문으로 지가 사는 산쪽으로 찾아나간 모양이다.

보통은  늙은이 둘만 사니 한사람이 아프거나 하면 같이 사는 한사람도  꼼짝을 못하게된다

한달여 주말에 손주 돌보미 노릇을 하는일도 쉬운일이 아니기도하고 이틀을 제엄마 없이 먹이고 놀아주려니

그 노릇도 힘이든다.

그래도 적적한 집안에 웃을일이 생기고 재잘대는 손주가 있어 할아버지 할머니는 사는 활기를 찾곤한다.

이번 토요일은 할아버지가 몸이 불편해 하는걸 본 손주도 신통하게 어른들 눈치를 보고 조용하다

아이 에미도 일찍암치 서둘러 아이를 데리고 갔다.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난 내가  늦은 아침을 부지런히 만들어 식사를 도와주는데 영 시원찮은 내색이다.

미음이 묽다느니 맛이 없다느니 투정이다.

이것 저것 권해보고 비위를 마추다가   돌연 나도 모르게 부아가 치밀어 말을 내뱉았다.

" 아픈것이 무슨 벼슬하는일이라고 .........내가 해주는 음식을 타박하려거든 당신이 만들어 자시구려"

방문을 힘있게 닫고 나와버렸다.

안방으로 건너와 화를 삭히고있는데 일요일이라 늦잠을 자고있을 딸아이가 제집에서 건너오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 아버지가 전화를 하셔서 미음을  만들어 달라하셔요.....뭔일이 있수?" 한다.

"에구.......뭔일이 뭔일이긴......아버지가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드니 짜증이 나시나보다

내가 만들어 이것저것 타서 해준 미음이 맛이 없다 하셔서 그럼 직접 만들어 잡수라 했더니 너를 불른거지...ㅎㅎㅎ 참말로 아이고~"

딸아이도  웃는다.

"아버지가  오직 엄마한테만 그러시는걸 보면 아직도 여전하셔...복에 겨우셔서그러시지 " 한다.

딸아이가 엄마의 비위를 마추고 위로 하려든다.

그래서  기장 , 쌀 , 현미,로 만든 미음을 다시 데워 율무가루를 섞어 되직하고 타박하게 만들어 딸아이손에 들려

차려놓은 밥상에 가져가게하고 "니가 만들었다 하렴" 일러준다.

얼마있다  딸아이가 히죽히죽 웃으며 나오며 나즈막하게 속삭인다 "글쎄  이정도는 되야 먹지 ....하셔요..."

엄마가  하신것 그대로 갖다 드렸다는걸 알면 얼마나 싱거우실까나.......

참말로다  엄마는 시부모님들 돌아가셔 안계시니 아버지가 시집살이를 다시 시키시네

엄마 전생에 아버지하고 웬수는 정말로다 찐한 웬수지간이였나보다....전에 엄마가  아버지한테 얼마나 잘못했으면

그거 갚느라 이 고생이냐 하시더니 그말이 생각나네...ㅎㅎㅎ" 한다.

산이할아버지가 겨우내 시름시름 힘겹게 겨울을 나더니 그 휴유증이 아직도 계속인가보다

컨디션이 좋거나 술한잔 하고 기분이 그럴듯해지면 평소에 잘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당신 더 늙기전에 여행도 함께 더 다녀보고.........내가 잘해주어야 하는데..." 하기도 한다.

나이들어 나도 힘에 부치는지 부드러움이 점점 사그라들어간다.

오죽 몸이 아파야 짜증을 부릴가싶으면서도.........

이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심신이 병들어가는 일이 앞으로 더 하면 더하지 덜하지않으리라

 

오늘은 소리새에 "꽃이피는날에는" 를 줄창 틀어놓고 이 글을 쓴다.

 


꽃이 피는 날에는 나는 사랑할래요
따스한 눈길로 그대를 난 사랑할래요
바람 부는 날에는 나는 노래 불러요
노을빛 물들은 들녘에 노래를 불러요

아~ 젖어드는 이 마음 난 어쩔 수 없어요
아 별빛 내린 거리에 나 홀로 외로이 서서
새벽을 기다리며 모든 걸 잊어야지
꽃이 피는 날에는 나는 사랑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