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오늘이 몇일인지 뭔 요일인지 감이 안잡힌다.

 

근데....

 

웬지 한라산은 중턱까지라도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뭔가 이룬것이 없다는 절박감이 생긴다.

 

너무 힘들지 않게 조금만이라도 걷다오자.

칼을 뽑았으면 무우라도 짤라야 할 것 아닌감?

 

먹을걸 주섬주섬 담아 6시에 출발한다.

길도 낯설고 깜깜해서 네비에 의존하면서 슬슬 달린다.

 

7시에 성판악에 도착하니 주차장은 들여 보내지도 않고

단체 등산객들이 무쟈게 많고 차도 많아

내차 댈 곳은 저~~~기 길가에 20m 아래 낑겨 넣을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의 무리사이로 합류하며 가는데 까지

가보자 하는 맘으로 슬슬 걷기 시작한다

 

3주전에 왔을 때와 아주 다르게 단풍이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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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000m 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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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밭 대피소에서 일용할 양식을 찹찹~이곳까지 4.1K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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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까지 진달래 대피소를 통과해야 백록담까지 올려 보낸다니

난 포기한다.

 

진달래 대피소까지 가는것도 난 꿈도 못꾼다.

점점 가파라지고 길이 돌로  울퉁불퉁 깔려있어

몸의 균형을 쪼끔만 잘못 잡아도 넘어질 판이다.

 

그저 진달래까지 만 가자.

 

잘 돌아가야 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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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깊어지니 조릿대 잎새가 더 짙푸르다.

드디어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늘이 보이니 가슴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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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길로 사라오름 전망대다.

많은 사람이 정상까지 안가고 이곳으로 방향을 튼다.

12시전에 만 올라가면 진달래 대피소에서 백록담으로 올려보낸다 하니

슬그머니 도전 의식이 생긴다.

 

혹시 또 알어?

내 일생일대에 백록담 귀경을 하는 횡재수가 있을지...?

 

그려 ~!

내가 누구여?

떡갈장군 김수노여 ~!!!(좌우간 이유모를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아직 힘은 남아있다.

다리도 버틸만 하다.

가보다 못가면 돌아서더라도 올라가보고 싶다.

 

아니믄 말고....

 

60이 반으로 휙 꺾어진 나이에 이만큼 올라온것만 해도 나로선 대단한 것이다.

내 다리를  쓰다듬는다.

잘해보자 ~!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오것냐?

난 내려올 때 들를 것을 맘속으로 약속하고 묵묵히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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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오름 통과할 때 10시30분이다.

48분걸린다니 11시30분까지 통과하면 백록담팀에 낄수 있겠다

 

한번 껴봐?

안될것도 읎지.

힘을 낸다.

 

모두 12시전에 올라가려고 난리다.

사람이 많아 기다리며 걸어야 한다.

앞사람 엉뎅이만 보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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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실 발길 닿는대로 걷고자 했는데 일이 커졌다.

콧물과 땀을 뚝뚝 흘리며 걷는다.

화장실 갈일이 생길까봐 물도 쪼끔밖에 안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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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식대며 오른다.

가슴이 터질 듯 하다.

해발 1400을 지나간다.

도대체 진달래 대피소는 어딨능겨?????

야 ~! 니가 일루 와라 ~~~emoticon 

사람 죽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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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악 ~!emoticon

진달래 대피소다.

말로만 듣던 곳이다.

48분 써있었는데 45분에 주파했다.우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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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부~ㄴ!

나도 한라산 정상에 가까이 왔다구요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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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에만 올라가면 되니깐 30여분 쉬었다가리라 하곤

 

아까 시간 맞추느라고 제대로 못먹은거 먹을라고 간식을 꺼내는데

방송이 나온다.

 

백록담에서 1시30분이면 내려 보낸단다.

이유는 내려가는데 5시간 걸리니 늦으면 깜깜해져서 위험하니깐

빨리 움직이란다.

 

뭬야? emoticon

 

아니 이것들이 ㄸ ㄱ 훈련시키냐?

그럼 첨부터 1시30분엔 내려와야 된다 했으면 난 시도도 안했다.

도저히 남들과 똑같이 걷질 못하니깐 백록담까지 도착 시간이

ㅣ시간 30분이라면 난 2시간 잡아야한다. 

 

워쪄?

그래도 가다가 돌아 오더라도 가긴 가야겠다.

쉬야 한번 하곤 다시 걷는다.

 

여기선 포기 몬하쥐.

 

내가 이래뵈도 맨땅에 헤딩해가메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것두 못하냐?

 

난 갈꺼다

두고 봐라. ~~~!

 

카메라도 짐이 되 가방속에 넣었다.

 

이젠 무조건 걷는 수 밖에 없다.

늦어도 1시까진 도착해야 사진 한장이라도 찍을수 있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 나올 것 같다.

 

가슴을 조절해가며 걷는다.

똑바로 서서 쉬는것 보다 고개를 숙이고 

등을 구부리고 쉬면 좀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상하게 산에 갈때 보면 첨에  꼴찌로 헥헥대며 걷는다.

중간쯤 올라가면 발동이 걸려 그런가?

체력이 좋아 그런가?

나중엔 앞서 올라간다.

 

이번에도 여전히 주춤주춤 하는 사람들 사이로 바위덩어리 위를

긴다리로 성큼성큼 밟아가며 틈을 비집고 올라간다.

 

헤헤 다리가 길어 뱅기 탈때 차탈때  꾸부리느라 아주 힘 들었는데

요롤때 길쭉길쭉 힘도 좋아 요긴하다.

 

아자씨고 아줌니고 앉으면 모두 벌러덩이다.

나를  따돌리고 먼저 올라간 사람들을 모두 따라잡는다.

얼굴들이 허옇게들 떠서 이리저리 밀리고들 있다.

 

체격이 크고 좀 뚱뚱한 사람들은 응급실에 실려가기 직전들이다.

얘들아 ~! 나도 얼마전까지 느들 같았단다.

 

난 혼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절대로 안 앉았다.

앉으면 못 일어 날것 같았다.

 

산기슭 으로 올라가는 대열이 보인다

하늘은 푸르고 바람 한점 없는데도 숲속을 벗어나니 아주 시원하다.

 

청량한 냉기가 돈다.

 

사진찍을 겨를도 없다 1시까진 올라가야 하니깐....

눈앞에 보이는데도 아직 멀었다 한다.

 

점점 아랫쪽부터 구름떼가 몰려온다.

저것이 우리 올라가기 전에 먼저 올라가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내려올 판이다. 

 

꼭대기 쪽엔 나무들이 자금자금하다.

멀리 백록담 검은 돌들이 보인다.

 

고개를 들어보면 아름다운 산을 볼수있는데

산을 볼 틈도 없다.

 

넘어질까봐....

 

암만 헐떡대고 위험해도 사진을 안찍을 수 없다.

정상 10여m 전이다.

 

백록담 바로 아랫길은 아주 위험하다.

돌로 된 길도 없고 그냥 흙비탈인데 나무토막들을 얼기설기 얽어놓고

군데군데 큰돌에 옆은 낭떠러지에..

올라갈수록 바람에, 

션치 않은 머릿통에  압력이 가해져 더 먹먹.... 

침을 꿀꺽 꿀꺽 삼키고 물을 입에 물고 조금씩 삼키며 전진했다.   .

 

한라산~하면 그냥 우리나라 젤 아래 있는 산 정도로 알았는데

와 ~! 올라갈수록 범접하기 힘들다.

경이롭기 까지 하다.

 

눈 만 잠깐 돌려도 떨어질 판이고

가뜩이나 발끝을 제대로 안봐 넘어지기 일쑤인 나는

숨도 못쉬고 발끝을 잘보며 걸어야한다.

 

아래서 올려다 본 한라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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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드디어 ~

 

2013년 11월2일 오후 1시15분 수노가 백록담에 올랐다.

 

난 여기까지 올라갈 생각은 꿈에도 안했다.

 

언감생심,

내가 뭘 ~

 

그러나...

 

한라산 백록담  !!!

드디어 내가 왔다.

 

수만년전에 화산이 터져 웅덩이를 이룬 이곳에 수만년후 내가 직접 와보니 외경스럽기 까지 하다.

화산재에,화산 돌들에 신비한 이산위에  이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어떤 맘들일까?

 

가뭄이 들어 물은 한방울도 없는데 안쓰럽다.

땀,눈물,콧물흘리며 헉헉대며 올라오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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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감격스럽다.

내가 해냈구나.

이곳에 와서 한달씩 있으면서 못 올라갔으면 얼마나 후회스러웠을까?

내가 언제 또 이산을 오를까?

아마도 더이상은 힘들것이다.

 

자신감이 불끈 솟는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 낼수 있을것 같다.

 

모두 그곳에서 점심들을 먹는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피난민들의 행진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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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있었다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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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푯말 잡고 사진 찍는데 30분 걸렸다.

모두 줄로 서서 기다리고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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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하산하라고 방송한다

1시30분부터 내려가도 5시간 걸린다고 한다.

좀더 그곳에서 개기고 싶었는데 후랏쉬도 없고

괜히 깜깜해진 담에 내려오다 실족이라도 하면 큰일이다.

그래도 내려오며 절경을 안찍을 순 없다.

발밑보랴 사진찍으랴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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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 같다.

높은 산에 있으니 위로 뻗지 못하고 옆으로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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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날이 어두워 지며 한술더떠 구름까지 끼었다.

난 선글라스만 걸쳤기 때문에 더 어두웠다.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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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판악 근처로 내려오니 날이 어둑한데도 단풍나무가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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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려오는건 무지 빠르다.

한번도 쉬지 않고 뛰다시피  내려와 4시간 걸렸다.

올라갈땐 숨차서 빨리 못갔고 쉬며 쉬며 6시간 걸렸다.

9.8K의 왕복이니 근 20K의 산길을 걸은셈이다.

 

어떤젊은 남자는 무릎이 아파 기다시피 내려오고.

어떤 아짐은 무릎에 붕대를 얻어 감고 내려오고,

애를 데리고 올라간 사람은 애가 못걷는다고 업고 올라가

애비가 다죽게 생겼고,

 

난 3주전부터 올렛길을 걸으면서 하루에 못걸어도 10k정도 씩을 걸어

미리 몸에 준비가 되었고,

다칠까봐 조심 조심 걸었고 미리 무릎아플까봐 파스를 붙여서

무릎이나 다리는 괜찮았는데 양쪽 발가락이 그렇게나 아프더니

양쪽 네번째 발톱이 검게 변했다.

 

까이꺼 그런건 일도 아니다.

발가락에 안티프라민 바르고 칭칭 감아 놓았다. 

 

그래도 내자신 장하다.

내 평생에 백록담을 올랐으니 말이다.ㅎㅎㅎ

 

내려오는 길에 거의 다와서 어두워 졌으나 그런대로 앞은 보였다.

아침에 사람이 많아 못 찍었던 한라산 국립공원 푯말을 어두울때야 찍었다.

 

깜깜할때 나갔다가 깜깜할때 집에 돌아 오지만

무사히 하산해 건강하게 돌아가니 감사한 하루였다. 

여기서 느낀점은 한라산에 오를 땐 필히 

압력붕대,파스,후랏쉬, 비상약등을 준비해야한다.

 

어린아이가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내파스를 주었다.

또 딴 아이는 물이 적다고 울어서 내물을 주었다.

난 물을 두통 갖고 갔다.

 

진달래 대피소서부턴 물맛도 썼다.

사라오름까지만 가려고

빵과 커피,치킨,계란등을 준비했었는데 

올라가면서 많이 먹으면 부담스러울까봐 그냥 커피만 홀짝댔다.

 

그래서그런가?

끝까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이것 모두 감사할 따름이다.

큰 명제는 이루었으니 앞으로 남은 일정들은 슬슬 재미있게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