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놀란일이야
좀 많았겠을까 마는 오늘 같이 순간적으로
그렇게 몹시 놀란 날은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은범이가 예방접종 때문에 병원에 갔었다.
버스타는 걸 좋아해 낑낑대고 버스 태우고 두정거장 지나
내리는데 안 내린단다.

이따가 딴버스 또 타자고 하여 살살달래 내리고
병원에 갔다가 오면서 또 버스를 탔다.
무지 좋아하는 걸 민들레보고 가자고 하여 또 내렸다.

한적한 오전 시간에 탄천에 가서 민들레 보여주고
토끼풀로 반지도 만들어 끼워주고
팔찌도 만들어 끼워 주었다.

놀이터를 지나 가는 길에 그네도 타고 싶다고 하여
쌩쌩 밀어주니 깔깔대며 즐거워 했다.

말귀 알아듣는 손주랑의 데이트는 초짜할미에게
행복감을 안겨 주었다.  

누나네 집(어린이집)은 안가겠다고 하여 매일 떼어
놓을 적 마다 통곡을 하니 가슴 아파  큰 맘먹고 오늘은
별일이 없으니 그냥 데리고 있으려고 집으로 들어왔다.

들어와 웃 옷을 벗기려고 만세~!하며 양쪽 옷소매를 잡고
옷을 벗기려 하니 우왕~!하고 우는 것 이다.

왜이래? 옷벗어야지~! 하는데 애가 울질 못하고
입을 딱 벌린 채 방방 뛰는것 이다.
잔등을 툭툭치며 은범아~!왜 이래?하며 소릴질러도 
숨을 못내쉬고 얼굴이 새카매지며 뒤로 넘어가며
데굴데굴 구른다.

난 위기감을 느꼈다.

은범아~! 하고 벌떡 일어나 애를 왼손으로 세워
잡고 온힘을 다해 잔등을 내리쳤다.

주여~!!!

약 1분간 애가 숨을 못 쉰것 같다.
또 한번 내리쳤다.
숨 못쉬는 것 보다 갈비뼈 부러지는게 낫다~!하며 내리쳤다.
한번 더 내리쳤다.

그제야 울음을 내뿜는다.

얼른 물을 먹였다.
얼굴이 제 색깔로 돌아온다.
가슴에 끌어안고 토닥여줬다.
대신 내가 사색이 됐다.

파노라마같이 30년 전 일이 떠 오른다.
에미가 2살 때 안는데 갑자기 자지러들며
숨을 못쉬어 잔등을 치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그래도 금새 숨을 내뱉었는데...
그순간에 팔이 빠져 아파서 그랬던 것이다.
 
은범이도 팔이 빠졌나?하고 만져보니 아무렇지도 않다.
자기도 놀라고 힘들었는지 금새 잠들고 세시간 반만에 일어났다.
자는 동안에도 자꾸만 들여다봤다.

왜 그랬을까?

코에다 손도 갖다대보고....
잔등이 움직이나 확인도 해 보고....

내가 안 데리고 있을 때 그랬으면 어찌했을까?
섬찟했다.

너무도 놀라 내가 오늘밤에 경끼할 것 같아
청심환을 먹었다.

즐거움이란 그만한 댓가를 치루어야 하나 보다.
은범이는 오늘 에미,애비 결혼기념일이라
에미가 데릴러 와서 신난다 하고 쫒아 나갔다.

-오늘 하루 무사히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