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2월의 맑고 푸른날)

터미널에서 자미를 만났다.
엄마한테 볼기 맞을까봐 도망치는
언내들처럼 킬킬 웃으며 여행을  시작한다.

외곽으로해서 중부고속도로로 빠진다.
호법에서 영동~신나는 달밤이다.

여주IC 에서 중부내륙으로 들어선다.
이길은 개통하고 하행선은 첨 타본다.
아~역시 난 운전을 하며 달려야 나의 존재가치를 느낀다.
드믄드믄 잔설이 쌓여있다.
좌우의 산야들은 마지막 가는 겨울을 지키기라도 하듯
나목들을 끌어 안고 햇볕을 즐기고 있다.

아~!
얼마만이냐?
나으 애마야~!
심심했지?
자고로 기계는 많이 쓸수록 좋다니까
난 애마에게 채찍질을 하며 신나게 밟아댄디.

충주IC 에서 시내로 들어선다.
충주시내 모처 우체국옆 해장국집을 찾아가는것이다.
그근처에 관찰사모양의 기와집이 있다는소리만 듣고..
무턱대고 IC에서 우체국을 물으니 워디 워디로 가라고.
시키는대로 찾아가니 오리무중 ,
사람들은 우체국있는곳만 알려준다.
동네 이름도 모르고 팔자에도 없는
한두군데도 아닌 우체국 순례를 하게 생겼다.
그래도 여행다니며  맛있다는 음식 찾아 다니며
먹는맛이 쏠쏠함을 아는지라 교차로에서 마주오는
트럭을 세워 "우체국옆 유명한 해장국집 아세요?"(꼭 영화제목같네.ㅎㅎ)
손꾸락을 ㄱ 자로 꺾으며  골목안임을 알려준다 .

돌아돌아 그골목을 찾아가니 관찰사모양 건물
맞은편에 우체국, 그옆 후즐근한 해장국집.
뚝배기에 우거지가 한바가지.선지가 왕창~
얼마나 시원하고 칼칼한지...ㅎ
우린 술도 한잔 안했는데 해장국에 선지를 덤으로
한대접 더 얻어먹었다.
(충주 중앙우체국 옆 복서울해장국)

먹었으니 뜨끈하게 담궈야지~
수안보를 지나 문강 유황온천으로 향한다.
수안보보다 이근처 사람들은 문강온천을 애용한단다.
고것도 미리 알고 온 쏘쓰..ㅎ
아는 사람은 알아서 그런지 제법 사람이 많다.
매끈매끈 윤기를 내뿜으며 나와 나른한 몸을 이끌고
숙박지인 <충주 리조트>로 향한다.

몇번 와봤지만 시내를 통과하는지라 좀 복잡해
인터넷에서 약도를 뽑아와
수다떨랴,
약도보랴,
경치보랴,
신호보랴, ㅎㅎ바빴다.

리조트 가는길은 한적한 시골동네를 지나
머리위로 기찻길이 지나가고
늙은 사과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사과밭을 가로질러
노곤히 피곤한 나그네를 반기고 있었다.
우뚝선 타워는 호수에 멀리까지 그림자를 드리우고
저멀리 산위에는 오늘 하루 여정의 끝마침을 알리는듯
노을이 시작되고 있다.

산과 호수가 조용히 내려다보이는
방에 들어서니 따뜻한 내음이 풍기며 온몸이
적당한 피로로 기분이 좋다.
밥을 하고 김치찌개를 해서 우린 5시에 잘잘끓는 저녁을 먹었다.

이 느긋함이 너무도 좋아 우린 자지러지며 행복해 했다.

다음?

그냥 잤다.
아침까지 쭈~~~욱

둘쨋 날(구름이 낮게 드리운 날)

느지막히 일어나 하늘을 본다.
구름이 멀리 내려 앉아 있어도 동은 터온다.
해장국집에서 한그릇 더 사온 해장국을 들이 붓는다.
자미는 아침을 안 먹어 버릇해 전혀 입질을 못한다.
깨작깨작 김치찌개에 김을 싸서 조금만 먹는다.

난 원래 이 시간엔 주방에서 바삐 움직여 세탁기,
아침준비,청소등을 동시에 하므로 몸이 뱅뱅 바쁘게 돈다.
눈에 일꺼리가 보이지 않으니 고롷게 좋을수가 없다.

커피를 담고 간식가방을 꾸려 道內 순시에 나선다.ㅎㅎ
차에 성에가 조금 끼었다.
성에가 매달린채로 출발한다.

ㅋㅋㅋ 그런것 조차도 재미있다.
성에너머로 길을 따라간다.
호숫가를 지나 사과밭을 지나 기찻길을 지나
시내를 가로 지른다.

괴산을 너머 3번국도를 따라간다.
차도 없고 호젓하다.
대학옥수수 깃발을 달고 가마솥에 불을
활활지펴 손님을 끄는 길가 옥수수파는 포장집.
두봉지 사며 썰(說)을 풀어 두자루 개평을 얻었다.ㅎㅎ
나의 두번째 개평인생에 자미는 혀를 찬다.
얘얘~ 이것도 여행의 묘미여~(x9)

잔설이 두엄두엄 있는 산들 사이로 충청도 특유의
깊은 골짜기들이 보인다.
강원도 순시에만 열씸이었는데 충청도의 산자락들은
우람하지 않으면서도 깊고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푸른 이끼낀 바위들이 눈길을 끈다.

이화령을 넘는다.
별로 높지도 않다.
긴장도 안되고 흥얼흥얼 노랫가락이 나온다.

"보~옴~나~알~은~ 간~다~!!!
아~사랑하는 나으 봄날~
난! 난! 난!
봄날을 떠나선 살 수 없음을 다시한번 느낀다.
사랑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아~(8)(x13)"

차고도 넘치는 이情을 오디메다 퍼 나를것이냐?
산후에미 불은 젖이 다 말라 붙은줄 알았는데.....
또 고이고 또 고이니.

짜내자~짜내자~
개도 안물어갈 情이라지만 나에게서 그걸 빼면 뭐가 남을것이랴?

기려~한세상 살 껄~뭘~;:)

문경새재에 도착했다.
한바퀴 휘돌아 가려했더니 걷기엔 내 다리로 무리였다.
주차비 애낄려고 음식점앞에 세웠는데
2100원 내고 500m만 걷긴 너무도 아까워 포기했다.
꽃피고 새우는 봄날에 1관문부터 3관문까지
걷기로 다짐한다.

돌아서는데 오찌나 섭한지...
이노무 발꾸락은 은제 낫는거여?
하긴 피 팔아 빵사먹는사람들이 요즘 이해가 간다.
발꾸락 치료비는 40여만원 들었는데
ㅎㅎ상해보험에서 100여만원이 나왔네 그랴~ㅍㅍㅍ
고걸루 뱅기한번 타볼까? 하는중.....

돌아오는길 손 칼국수집에 들러 소나무 난로에 몸을 녹이고
갈길을 묻는다.
조령휴양림,문경새재3관문 조령관문을 알려준다.
올라가는길이 환상이고
수옥폭포도 아름답다고.

근처 작은 간선도로 수옥폭포를 찾았다.
눈길을 뽀도독 밟으며 넘어질까 스틱에 의지하고
논네가 따로 없다.
계곡을 따라 조금 걸으니 제법 큰 폭포가 나타난다.
물이 얼어 쌓이고 또쌓여 폭포가 하늘로 올라갈 것 처럼
얼어있다.

중국의 비취폭포보다 더 멋있다.
아마도 얼음이 녹으면 콸콸 소리내며 흘러 내릴것이다.

조령휴양림을 찾아간다.
작은 숲길에 빙판이 있었지만  날씨가 좋아
위험친 않았다.
작은 성냥갑만한 집들이 오롱조롱 널려있다.
다음 여행을 위해 집안에 까지 들어가 보았다.
태백의 휴양림에 비하면 별로이지만
서울서 가깝고 숲속에 있어 한번 와볼만하였다.

그옆길이 조령 3관문 가는길.
아~그런데 너무도 빙판이 많아 좀 힘들게 생겼다.
환상이라는데....
그렇지만 목숨을 걸고 갈순없잖아,
에효~포기하자,
포기도 잘하고 일도 잘저지르고...
요것이 나의 장점이자,단점,
괜시리 혼자 늘 바쁜것도 이탓일 것이다.ㅎㅎ

기냥 3번도로를 타고 돌아온다.
그만큼만 봤어도 내 발꾸락 형편으로 많이 본셈이다.

시내를 가로질러 기찻길을 지나 사과밭을 지나
호숫가의 우리 둥지로 돌아왔다.

저멀리 벌써 노을이 지려하고 있다.
산위의 눈들은 스위스의 융프라우처럼 노을에
빛나고 있다.

우린 또 이른 저녁을 해먹었다.
근데 어제 너무 많이 자서 잠이 안와
밤을 꼴딱 새우면서 수다를 푼다.

별이 반짝인다.
눈썹 달이 애잔하다.
신영이가 왔으믄 좋아 했을 밤풍경이다 .
내일은 날이 더 좋을것 같다.

내일을 위해 자야하는데.....

셋째 날 (맑고 쨍한날)

1분도 잠을 못이루었는데 새벽 4시되니
머릿속의 생체리듬이 정확히 울린다.

가기 싫어도 오늘은 떠나야한다.
산적해있는 일상사가 내 어깨를 짓누른다.

배꼽시계는 정확하야 5시되니 배가 고프다.
밥을 앉히고 찌개를 뎁힌다.

밥을해서 한공기를 떠서 먹는다.
오찌 고롷게 쌔벽밥이 맛있는지...

조금씩 날이 밝아오니 얼마나 안개가 자욱한지
창밖이 전혀 안보인다.
자미는 좀 있다가 출발하자 한다.
난 안갯속을 달리는거이 을매나 멋있는디...
하며 들썩인다.
커피를 마시고 짐정리를 해 출발준비를 한다.

안개가 조금 걷혀 밖으로 나갔다.
차에 성에가 두툼하게 끼었다.
전혀 앞이 안보인다.
한참 시동걸어 놓고 긁어 억지로 동전만큼 구멍을 내어
출발한다.

자미는 무셥다고 좀더 있다가자고..ㅎㅎㅎ
스릴 만점 이구만~

사과밭에 주인을 불러내 싱싱하고 알굵은 사과를 한박스 샀다.
세번째 개평에 차안이 사과 내음으로 향긋하다.
뒤에다 싣고 달리니 내가 농사 지은양 맘이 푸안하다.

충주시내를 들러 문강온천으로 향한다.
다시한번 몸을 담그고 싶어 들러가는것이다.

사람이 많지 않은 이른아침의 온천은 아주 따뜻하고
물도 좋았다.

몸과 맘을 닦고 씻어내니 아주 기분이 좋았다.

자~우린 떠난다.
괴산IC로 들어가 중부내륙으로 달린다.
좌우의 산들은 이틀사이에 좀더 환해진듯하다.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손꾸락을 걸었다.

곤지암에 들러 소머리국밥을 먹는다.

자~이제 다시 내둥지로 돌아간다.
2박3일의 짧은 여정이지만 아주 충만해서 돌아간다.

모든걸 떨쳐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