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밤과 꿈"

 

 

 

사그락 사그락 모래알로 집을 짓다가

지금은 그 집 속에 들어가 잠을 자는 시간

잠 잠 이 말 참 좋다 고단한 낙타여

여기가 사막이면 어떠랴

 

하늘에도 영롱한 노숙의 별들은 많다

잠자고 또 잠을 자고

지상에 슬픈 아이 하나 만들어도 좋으리

 

제 등에다 제 몸 얹고

우리는 순응처럼 오래 걸었다

밤이 물비늘처럼 부드러운 담요를 둘러 주는 시간

순례는 항구에 닻을 내린다

성자처럼 깨어 있는 것만이 위대한 것은 아니다

너와 나의 숨 가쁜 사랑도 좀 느슨하게 하고

전쟁과 돈의 공포는 잠시 잊어도 좋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천년이 흘러

천 개의 달이 아까운 심장을 반쯤 베어 먹어도

잠이 아니면 꿈의 미로와 그 틈새를

어떻게 들어가 볼 수 있으랴

영원한 큰 잠이 데려가기 전

잠 잠 이 말 참 좋다  사랑하는 낙타여

 

-문정희 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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