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나의 스승이네

   




옛날 어느 마을 서당에 글공부를 시작하기에는
조금 늦은 청년이 공부하기를 청하며 찾아왔습니다.
서당의 훈장은 다른 학동들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청년을
받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청년은 배움의 속도가 너무 느렸고
심지어 집안일과 농사일 때문인지
서당을 자주 빠지고 안 나오는 일도
매우 잦았기에 보다 못한 훈장이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내 자네에게 글을 가르치고 사서삼경과 논어,
맹자를 가르쳐 군자의 의를 알게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자네가 그 뜻을 다 알기에는
너무 부족한 듯하니 이제 서당을
그만 나와 주기를 바라네."

그렇게 청년을 쫓아낸 훈장은
그래도 자신의 제자였던 이의 행적이 궁금하여
청년이 사는 마을로 찾아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마을에서 물지게를 지고
노인들이 사는 집마다 물을 퍼 날라주는
제자였던 청년을 보았습니다.

청년은 자기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일들도 도와주고 있었기 때문에
서당에 자주 나오지 못하고 배움 또한
늦었던 것이었습니다.

훈장은 청년의 손을 붙잡고 말했습니다.

"나는 자네에게 군자의 뜻을 가르치려고 했지만
자네는 벌써 군자의 도리를 실천하고 있었네.
차라리 자네가 나의 스승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