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 주 휴일에

그 다산의 유배지인 다산 초당에 다녀왔다.


정일근 시인이 쓴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를 읽고,

아직도 감동이네.

특히 첫귀절.


아직은 미명이다.


요부분....


난 60이 넘어도 철이 안들고 미명 속에 있어서 그런지,

이 구절이 너무 좋아....


비오는 강진은 쓸쓸하면서도 처연한 아름다움이 있었단다.

정일근의 시도 있고,


 손세숙1 052.JPG

다산 초당 가는 길


정일근의 시 전편 올려 볼께,


제 1 신

아직은 미명이다.
강진의 하늘 강진의 벌판 새벽이
당도하길 기다리며 죽로차를 달이는 치운 계절,
학연아, 남해바다를 건너 牛頭峰을 넘어오다 우우 소울음으로
몰아치는 하늬바람에 문풍지에 숨겨둔 내 귀 하나
부질없이 부질없이 서울의 기별이 그립고,
흑산도로 끌려가신 약전 형님의 안부가 그립다.
저희들끼리 풀리며 쓸리어가는
얼음장 밑 찬 물소리에도 열 손톱들이 젖어 흐느끼고
깊은 어둠의 끝을 헤치다
손톱마저 다 닳아 스러지는 謫所의 밤이여,
강진의 밤은 너무 깊고 어둡구나.
목포, 해남, 광주 더 멀리 나간 마음들이
지친 봉두난발을 끌고 와
이 악문 찬 물소리와 함께 흘러가고
아득하여라, 정말 아득하여라
처음도 끝도 찾을 수 없는 미명의 저편은
나의 눈물인가 무덤인가
등잔불 밝혀도 등뼈 자옥이 깎고 가는 바람소리
머리 풀어 온 강진 벌판이 우는 것 같구나.


제 2 신

이 깊고 긴 겨울밤들을 예감했을까
봄날 텃밭에다 무우를 심었다.
여름 한철 노오란 무우꽃이 피어
가끔 벌, 나비들이 찾아와 동무해주더니
이제 그 중 큰놈 몇 개를 뽑아
너와지붕 추녀 끝으로 고드름이 열리는 새벽까지
밤을 재워 무우채를 썰면, 절망을 썰면,
보은산 컹컹 울부짖는 승냥이 울음소리가 두렵지않고
유배보다 더 독한 어둠이 두렵지 않구나.
어쩌다 폭설이 지는 밤이면
등잔불을 어루어 詩經講義補를 엮는다.
학연아, 나이가 들수록
그리움이며 한이라는 것도 속절이 없어
첫해에는 산이라도 날려보낼 것 같은 그리움이,
강물이라도 싹둑싹둑 베어버릴 것 같은 한이
폭설에 갇혀 서울로 가는 길이란 길을
모두 하얗게 지워지는 밤,
四宣齊에 앉아 시 몇 줄을 읽으면
세상의 법도 왕가의 법도 흘러가는 법,
힘줄 고운 한들이 삭아서 흘러가고
그리움도 남해바다도 흘러가 섬을 만드누나. 

 이 편지를 받았다면 학연이는 어떤  심정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