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가 빡빡한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오늘 돌아갔다.
오기 전부터 얼마나 친구들이 보고싶다고 보채는지
3일동안 일본에서 한국으로 전화를 무려 열통이상 주고 받았다.

부쩍 친구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지고 설레이는 것은 왜일까?
작년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는 당분간은 못 나올 것처럼 이야기를 하더니 영 딴판이다.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일까?
아니면 그동안의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 홀가분해진  때문일까?

그런 정희의 마음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친구들의 마음 씀씀이가 정겨웠다.
승숙이가 직접 밥솥까지 챙겨와 해 준 따끈따끈한 밥에 콩나물국 그리고 맛갈스러운 밑반찬들이
영자가 준비해온 예쁜 접시에 담겨져 우리를 감동하게 만들었다.
"너희 둘이 음식점 내면 멋지게 해 낼텐데" 하면서.
금자는 어느 틈에 준비했는지 고급스러운 머플러를 선물했고
가끔 일본에서 만난다고 강남에서 달려온 원희의 아직도 소녀티가 뚝뚝 묻어나는 재치있고 귀여운 입담.
그리고 갤러리의 안주인으로 커피와 음악을 선사한 멋장이 유순이
멀리 분당에서 바쁜 중에도 달려온 옥화는
정희라면 미국에라도 따라 가야할 친구이니 오는 것이 당연한데도
정희는 고맙다고 자꾸만 고맙다고만 한다.

그리고 다음 날도 우리는 또 함께 했다.
왜 이렇게 이야기를 해도 해도 끝이 없을까?
이렇게 수다를 떠는 중에 내가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흥분해 언성이 높아지고 드디어는 울먹이며 끊어버렸다.
가만히 듣고있던 정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너, 혼자가 되었다는 것이 무엇인 줄 아니?
앞으로 웃을 날 보다 울 날이 더 많다는 뜻이란다" 하며 "조그만 일에도 흔들리면 앞으로 어떻게 살래?" 한다.
정희는 힘든 이국 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다 그런 것이다"를 주문 외우듯 외우며 살았다며
너도 "다 그런 것이다"를 외우며 살라한다.

그날 정희의 말이 나를 많이 깨우쳐 주었다.
목련이 봉긋 망울을 터뜨리고
개나리가 노란색으로 싱숭생숭 봄을 밖으로 유혹할 즈음이면 괜히 심술이 나고 우울해지는 이상한 버릇이 생겨
종일 잠만 내쳐 잘 때도 있고
종일 눈물을 쏟을 때도 있는데
그런 와중에 누가 신경을 건드리기만하면 팔팔 뛰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옳은 일이 아니지

이래서 친구는 가끔 만나도 위로가 되고 좋은가 보다.
"너 그렇게 살면 안돼
"바보같이 너만 아프잖아"
"이번에 정희는 아픈 나를 위해 위로차 왔다 갔나 보다. " 하면서
정희가 나에게 남기고 간
"다 그런 것이다"를 속으로 조용히 되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