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교복을 벗은 지가 37년 쯤..??

송년회 겸해서 동창회를 연다는 엽서가 날아왔을 때

옆 친구의 적극적인 권유도 있고 해서 큰 기대없이 처음으로 참석을 했었다

 

친한 친구들끼리는 가깝게 지내며 늘 만나왔기에 동창회란 것에 큰 관심을 두지도 않았었고

무엇보다도 크게 내밀 것 없는 명함에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그토록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이 그렇게도 반가울 줄이야...

 

너무도 오랜만이라 단발머리 시절의 얼굴들을 떠올리기 힘들었지만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아아~~ 교복 속의 그 모습들이 선명히 떠오르며

옛시절로 돌아가 함께 반가움의 웃음들을 터뜨렸었지,

 

올 연말에는 총회도 이미 끝냈다고 했고 아무런 공지가 없는 걸 보니

제가끔의 소모임들 외에 공식적인 모임은 달리 없는 듯,

내 나름대로 한 해를 정리하고 보내는 마음으로

그저 내 머릿속에 새겨져있는 그날

딱 한 번의 동창회란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본다...

 

그때, 눈 동그란 김영자가 임기 말 회장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정말 오랜만에, 아니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친구들이 대다수였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이 정말 편안하면서도 정겨웠었다.

모임장소에 도착했을 때 우아한 모습의 한유순이 그 모습만큼이나 화사한 웃음으로

마치 집주인이 손님을 맞듯 손을 잡아주어 정말 반갑고도 고마웠었고,...

 

반듯하고 단아한 모습에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하고 진행을 하던 김영자,

멋진 옷을 준비해오는 정성을 더해 멋지게 노래를 부르던 윤승숙,

여고시절과 꼭 같이, 소녀같이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아가며 이야기하던 유순애,

 

그 다음날인가에 고맙게도 반가웠다고 쪽지를 보내준 김정애이은기,

아무런 꾸밈없이 수수한 차림이어도 여전히 활짝 웃는 모습이 아주 예쁜 이옥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을 그야말로 멋들어지게 노래하던 오명자,

 

좀 늦었다고 볼우물 웃음 살짝 머금으며 나타나던 전인선,

학창시절 내내 그 이름만큼이나 세련되어 이모저모로 너무도 부러웠던 김미령,

그러고도 많은 친구들의 다정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행사가 끝나고는 정성스럽게 준비해온 반찬그릇에

망설이지 말고 남은 반찬들 싸가라고 김영자가 마치 친정엄마같은 포즈로 재촉을 했었고

비단으로 만든 예쁘고도 우아한 컵받침을 선물로 받으며

고맙고도 기분 좋았던 그 기억이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그렇게 다양하게 행사 준비하느라 재미도 있었겠지만 애도 많이 썼으리라..

동창회에 참석하자고 적극적으로 권유하던 송정열과 함께 돌아오면서

대강 바라만보던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던 날,

 

12월이 올 때마다,

그리고 또 이렇게 한 해가 다 갈 때마다

딱 한 번 참석했던 동창회의 그 날, 그 색깔들, 그 소리들,

그리고 그윽했던 친구들의 향기가 늘 가슴속을 맴돈다..

 

좋은 추억 뒤돌아볼 수 있게 해 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얘들아,

모두모두 새해에 복 많이 받고

우리 모두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즐겁고 건강하고 또 늘 행복하게 지내길 기도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