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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 오래된 멜라멘 그릇이 몇개 있다.

이 그릇을 볼 때마다 미소가 지어진다.


1981년 5월에 결혼을 했는데, 그해 3월 부산 소재, 동아대학교에 발령을 받았으니, 두달 근무한 후 결혼을 하게된 것이었다.

결혼준비로 무얼해야 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릇과 이불, 시댁식구들에게 인사하는 예단 등이 기본인 것 같았다.

어머니랑 시장에 나가서 예쁜 것들을 손에 잡아보면, 어머니는 넌 두달 월급으로 결혼해야 하는데 어떻게 그런걸 마련할

수 있니? 하시는 것이었다 (실은 부산에서의 생활비를 빼면 남은건 그저 한달반 월급 정도). 


결국 사게된 것은 멜라멘 그릇이었고,

예단은 시동생 많은 집에 남방셔츠 옷감이었다. (이걸로 남방을 맞추도록 하였는데... 일년 후 새댁이 집의 담 밖에서 새 남방들이

소롯이 버려있는걸 발견했다. 내 생각엔 병원집에서 형수가 들어온다니 기대도 있었을 터인데, 실망의 표시인 듯).


멜라멘 그릇은 불에나 상처를 받을까... 던져도 깨지지 않는 든든한 특징이 있다.

그래서 35년 풍상이 지났건만 아직도 건재한다.


(어머니는 때론 완강한 이념의 사람이었고, 때론 감성이 넘치는 분이셨는데... 이러한 양면성은 우리도 물려받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