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아내가 써 내려간 사랑의 편지

 여보!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나는 정말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만을 위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은 그렇지 않은가 봐. 내가 당신을 무시한다고?
당신을 무시했다면 우리가 부부로 존재할 수 있어요?
나는 당신이 갖지 못한 것, 가지고 싶어하는 것을 채워 주기 위해
얼마나 분통 터지는 일들을 참아왔는지,
지금 내가 그렇게 살아온 것을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당신은 알까?

많은 사람들이 남들을 위해 자기인생을 살아 온 것처럼 말하지만
이 인생살이는 모두 자기성취를 위해 사는 거예요.

내가 당신을 위했다 라는 것도 사실은 내 욕망을 채운 한 방편 이였어요.
나의 남편인 당신이 남들 눈에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는 몸부림 이였어요.

미처 닦지 못한 눈물과 콧물 때문에 옆으로 고개 돌려 목멘 소리로
손님을 대하는 그 울음의 역사가 은혼식을 한참 넘긴 걸 당신은 아나요?
애들에게 너희를 위해 고생했다는 말 부끄럽지 않나요?

조용히 침묵 속에 잘 생각해 봐요.
만약 당신이 남을 위해 살았다면 그건 잘못 산 거예요.

내가 가진 것은 조금인데 남에게 더 주려 하니 무리하게 되고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다른 가족들을 피곤하고 짜증나게 해요.

이젠 각자 살아 갑시다.
내가 할 수 없으면 누구에게도 기대지 맙시다.  
아니 계산도 마세요.
그게 무슨 가족이고 사랑이냐고 말하지 말고 좀 더 솔직해 집시다.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오늘은 그 아이들의 노력이 있었고, 반면 우리가 미처 생각 못했고,
따라 주지 못했을 때, 아이들이 겪은 고통과 번민을 우리 역시 상상도 못 했었잖아요.
아이들도 우리가 겪은 삶이나 어려움 등을 알 턱이 없고  알려고도 안 할 거니
그저 각자 자유롭게 삽시다.

여보! 나 우울증을 앓으면서 깨달은 사실은 나 자신도 챙기지 못하면서
주위 사람 모두를 역어 가려니까 힘에 겨워 생긴 병이었어요.

한 인간이 태어나서 사회적 인간관계를 엮으며 성장하고 살아 왔다면
이 중년의 나이부터는 겹겹의 집착을 하나씩 덜어내며
혼자 돌아 갈 길을 준비하는 세월이 아닐까요?  
"예". 와 "아니요" 가 분명한, 순리에 따르는 삶을 살리라면서도
나의 간사한 인간적인 사고는 이중적인 삶을 살게 하네요.
그래서 당신을 더 혼란스럽게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여보! 미안해요. ( 아이참! 이건 아니 었는데… . 쓰다 보니 내 잘못이 더 보이네.)

어느 날 미사 중에 내 평생에 가장 큰 선물이 당신이라신 주님의 음성은
내게 또 다른 감격의 떨림을 주셨지요.
입으로는 각자 자유롭게 살자면서도 저 만수산 드렁칡보다 더 휘감겨 엉키는 이 마음은 왜일까?

오! 나의 평생 웬수님, 감사하고 또 사랑 하노니 제발 내치지 마소서. 아멘.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02-21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