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 왔다. 

[저는 서울대학병원에서 첨단장비로 모든 조사를 마치고 최종적으로 루게릭병(근무력증) 확진을 받았습니다.....]


오 마이 갓, 장관을 역임하신 그 미남이!!

암보다도 더 견딜 수 없는 무서운 질병의 통보를 받으셨다.

무섭고도 놀랍다. 

도대체 이 이상의 절망이 있을 수 있을까....

이분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루게릭병은 스티븐 호킹 박사의 투병생활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영화로도 제작됨).

온 몸의 근육이 점점 무기력해지고 힘을 쓰지 못하니,  점차 자기 몸을 가눌 수 없어진다.

뇌 속의 브레인은 빛나게 작동을 하지만, 그것을 받쳐주려면 첨단 과학기기와 경비가 너무나 많이 든다!

절망적이고, 탄식만이 나온다.




잘난 척하더니, 참 왜 그런 병이 걸렸대.  이런 맘이 드는 사람도 있을까???????

하나님, 저와 가족을 지켜 주셔서, 루게릭 안걸리고 행복하게 살게 해주시니 감사가 넘치나이다....  순간적으로 이런 기도가 나온다면?  

나는 이분이 너무 불쌍하고 어이없고 딱해서 눈물만 나온다. 

불을 보듯 뻔한 힘든 미래....


몸을 가눌 수 없으니, 외부의 힘을 빌어야 하는데, 대개 여성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어 남자분을 고용하게 된다.  

화장실 시중, 목욕 시중 등등..  낯선 남자 어른이 한분 집에 함께 지내게 되는 것도 견디기 힘든 일이고, 이런 일이 길어지면 경비도 

끝없이 들어가니 가족은 지치게 된다. 찐 사랑과 헌신이 무한대로 필요하다.

근육이 무력하니 설령 그런 생각이 들어도 죽을 수도 없다.  또, 두려움으로... 미리 지레 겁먹고 죽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자랑스런 시당숙이 프린스톤에 오래 전에 정착하셔서, 우리는 그분을 <프린스턴 당숙>이라고 불렀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며 한국은행에 근무하시다가 도미하셨다. 도미하셔서 서울 법대 출신의 당숙모를 만나서

결혼하셨으니, 프린스턴 교민 중 엘리트 부부였다.  교장선생님 아드님이셨기에 어린 시절부터 풍금과 오르간을 치셨고

미국 유학 중 우리 부부가 방문하면, Basement의 그랜드피아노를 반주하시면서 나더러 찬송을 부르라 하시는 장로님이셨다.

뉴욕에 좋은 음악회가 있으면 봉고차를 운전해 교민들 여럿이 함께 음악회를 다녀오시는 멋쟁이!

이분이 무궁화위성에 기술이전을 위해 한국에 오셨다가 눌러 앉으셨었다. 친구도 친척도 많으니 행복하셨다. 

당숙을 뵈오려면 조선호텔로 만나러 가는데, 장기투숙객 1호로 액자가 걸려 있었고, 역시 그랜드피아노를 호텔 측에서

배려해주셔서 함께 찬송을 부르며 행복했다. 그러다가.... 당숙은 이상한 병에 걸리셨는데, 병명이 CBGD 였다. 


CBGD is a rare progressive neurological disorder characterized by a combination of Parkinsonism 

and cortical dysfunction. It is a rare sporadic progressive disorder first reported in 1968.


병명을 모르니, 그저 <대뇌 회백질 기저부 퇴행>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인데.... 사진을 찍으면 대뇌 기저부가 시커멓게 찍힌다.

대체의학이라고 좀 공부하고 나니 혹 이것이 어혈이 아니었던가... 싶은데; 어쨌던 CBGD에 걸린 당숙은 몸의 평형감각이 없으셔서 

방향성 없이 이리저리 쓰러지셨고, 나중에는 휠체어에만 앉아 지내시게 되었다. 수발은 연변아저씨를 한분 고용했다.  

시청 앞 파이낸셜빌딩의 방도 다 필요없게 되었다!

그 꿈 많고 재주 많은 어른이 병든 몸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발음이 제대로 안되니 그저, 어! 에! 하고 소리를 지르시는데

아마 당숙모님과는 교감이 될 듯.  어느 날 갑짜기, 빛나던 당숙은 (껍질 속 땅콩이 속에서 말라비틀어져 가는 것처럼) 아무 소리

못하시고... 돌아 가셨다. 참 억울하고, 참 기가 막히고 이런 데가 있나 싶었다. 

찬송가 반주기를 사다 옆에 놓아 드렸었다. 마음껏 들으시라고.....


생각해보면 CBDG보다 루게릭이 더 안좋다. 몸의 형체조차 병들어 가니까.... 

불을 보듯 뻔한 과정이지만... 환자와 가족을 옆에서 따듯한 마음으로 격려하고, 이 가족이 끝까지 잘 견뎌내기를 기도할 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 같다. 이 환자는 이미 한참 전부터 발음을 하지 못하여, 글로만 의사 전달을 하신다. 메시지가 오면 

따듯한 즉답!을 보내야 겠다.     <의학이 좀더 빨리, 많이, 발전해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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