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개월  전
계숙이가  폐암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승자와  같이  병원을  찾았다.
환자복을  입고  누워있는  계숙이는  약부작용  때문인지  얼굴이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해  환자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뇌출혈과  뇌경색이  계속해서  일어나  말하기도  힘든  상태에서  눈을  마주쳤다.
"계숙아  왜  여기 누워있어?  빨리  일어나   좋은  곳에서  만나야지" 했으나 

계숙이는  웃지도  못하고  그래도  눈망울은  초롱초롱하게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입원해  있는  중에도  뇌출혈과 뇌경색이  번갈아  와서

모든  면이  불편한  계숙이를  위해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막내아들이 

수첩에다  글을  쓰며  "엄마,  이  말이  맞지?"하며  곁에서  통역을  하고  있다.
큰아들은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있고  직장때문에  저녁  늦게야  온다고....
작은아이가  너무  안쓰럽다.

 


회진을  돌자  우리는  "다시 올께"라며  계숙의  손을  마지막으로  잡고  나왔다
손을  잡는  계숙이의  따뜻한  손바닥에  글씨가  써  있다.
기도문이라는데  손바닥에 써  놓고  읽고  또  읽는  모양이다.

계숙이가  돌아서는  우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데  차마  눈물이  앞을  가려  돌아  볼  수가  없었다.

아이가  따라  나오며  "우리  엄마는  희망이  없어요"  한다.

억장이  무너진다.
저렇게  효성스러운  아들을  두고  계숙이가  어떻게  발길을  돌릴  수  있을까?

 


그리고  5개월이  지난  어제
계숙이가  떠났다는  전갈을  받았다.

누구나  공평하게  한번은  왔다  가는  길이건만

가슴이  턱 하고  내려 앉는다.

무엇이  그리도  바빠  서둘러  길을  떠났을까?

 


수술이나  항암치료  등을  거부하고  부천에  있는  가은  암센터에서 투병중이던  계숙이는
설날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다  또  쓰러져 인하대병원에  다시  들어가고
죽기  3일전에는  남편에게  "내가  아무래도  갈  것  같다"  라고  말했으며 
죽기  전날엔 

남편에게 

"오늘을  넘기지  못  할  것  같으니  당신  출근하지  마"  라고  해서  가족  모두가  있는  가운데  조용히  임종을  했다고.


깔끔하고  경우가  바른  계숙이의  성격처럼
우리에게도  망가진  모습  보여주기  싫어하고
가족에게도  더  이상  짐이  되지  않으려고 모든  치료를  거부하고  가버린  내  친구  계숙이.....


부디 저  세상  가서는  아프지  말고
우리  함께  했던  어린  시절  해맑게  웃던  그  모습으로만  살기를  기도한다.


계숙아!

잘  가......

우리들은  네가  너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