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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물닭 이야기


어느 무더운 여름날

다다다다다다다 다다다다다다다

예초기로 잔디밭 다듬던 농부아저씨

우거진 풀 속 조그만 둥지에

알락알락 검은 점 새 알 여덟 개

으허허, 그것 참!


섬처럼 둥글게

둥지 부근 풀을 깎지 않고

기둥 네 개 세워

비를 피할 지붕도 만들어주고

마른 풀도 듬성듬성 얹어주며

으허허, 그것 참!


참새보다는 훨씬 크고

비둘기보다는 훨씬 작은데

새까만 털에 붉은 부리

호기심 많은 농부 아내

인터넷 이리저리 뒤져 알아낸 이름

쇠물닭!


첫 날, 둘째 날, 셋째 날

살금살금 다가가 들여다보면

푸더덕!

깜짝 놀라 달아나는 어미 쇠물닭

어미가 안볼 때 살짝

귀여운 새 알 만져볼까 말까?


일주일 정도 지나자

낯이 익어서인지

알이 깰 때가 가까워서인지

바짝 들여다보아도

눈만 껌뻑일 뿐 꼼짝 않는 쇠물닭

으허허, 그것 참!


열흘째 되던 날

1박 2일 거센 바람 폭우 걷힌 후

밭에 나간 농부내외 어머나!

내장이 파먹힌 어미 쇠물닭

그 곁 두 개 깨어진 알 속에

모습이 거의 완성된 꼬부라진 아기 새


들고양이 짓일까?

들쥐 짓일까?

쪽제비 짓일까?

뱀이라면 알까지 먹었겠지?

아무것도 모르는 여섯 개의 알

그 암담한 생명을 어찌할까나?


인정 많은 농부 아내

여섯 개의 알을 수건에 고이 싸

걸음걸음 기도하며 집으로 가서

보온으로 조종한 전기밥통에

조심스레 새알을 넣었다.

에디슨의 어린 시절 생각하며


하룻밤 지나 새알을 만져보니

따끈따끈 방금 삶은 것 같다.

귀에 대어 봐도 소리가 없고

불에 비춰 봐도 움직임이 없다.  

손바닥에 알을 놓고 이리저리 굴리며

혹시 익은 것이 아닐까?


시원한 곳과 따뜻한 곳으로

이리 저리 알을 옮기며

이틀을 더 기다려도

새알은 기척이 없다.

어미새 창자 빼먹고 달아난 녀석

찾아내어 죽이고 싶다 정말.


 * 아기새가 태어나면 한마리 슬쩍 훔쳐서 손바닥에서 노는 애완용으로 키워야겠다는 제 욕심 때문에 새가족을 몽땅 잃은 것 같아 반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