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썼던 글인데 퍼옵니다

그 당시는 제가 끄적끄적 글을 좀 올렸었지요

그 때 제가 좀 아플 때였기에 이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옛날을 회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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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눈물의 동태찌게

 

 

" 후배 , 내가 곧 데리러 갈께  옷 입고 있어"
" 아닌데.... 그냥 집에서 쉴래요"
" 아플수록 챙겨 먹어야해 내가 동태찌게 잘하는데 알거덩.
얼렁 옷입고 기다려"

솔직한 심정은 그냥 침대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었다.
고양이 세수만 하고 머리를 대충 빗고 잠시 후 도착한 선배에 이끌려 간 곳은
깔끔하게 새로 개업한 동태찌게 전문점이었다.

편도가 부어 침조차 삼키지 못하는 상태였다.
물만 마셔도 목이 따가워 눈물을 찔끔댈 정도인데 사실 매콤한 동태찌게를
목으로 넘길 일이 걱정이 태산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아플 때 외로울 때 찾아주는 사람이 가장 반갑지 않을까 한다.
말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눈빛과 행동과 몇마디의 말에서
그 사람의 인품과 진실이 곧 바로 전달되어지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에 행운이리라.

가식과 위선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털털하고 순수한 사람과의 만남은
나에겐 뒤늦은 행운이리라.

" 얼렁 뜨근할 때 들지 않고 뭘해?"

목젖이 찢어지는 듯한 따가움을 참으며 한수저의 동태찌게 국물을 목으로 넘기는 순간
통증으로 인해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목의 통증으로 인한 눈물이 아니라
삶의 통증으로 인한 눈물일지도 모르겠다.
감사와 감동과 계산없는 순수함에 대한 눈물이었다.
댓가를 바라지 않는 맑은 베품에 대한 눈물이었다.
계산과 이해관계가 배제된 아름다운 마음에 대한 눈물이었다.

동태찌게 한 숟갈에 눈물을 말아서 목으로 넘기고 넘긴다.
억지로 몇숟갈 뜨고 더이상 먹을 수가 없어 남긴 찌게가
선배에게는 미안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그냥 물만 마시지 말고 몸에 좋다고 뭔가를 타서  마시라고 주는 섬세한 마음.
맑은 생수 속에 갈색으로 퍼져 녹는 물병 속을 바라보며
선배의 마음이 내 몸으로 퍼져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선배, 이 웬수 어찌 갚지?"
"두고두고 갚어, 얼렁 빨리 낫기나 해라"
"알았어요 이 웬수는 정말 내가 살아있는 한 꼭 되갚을꺼예요"

며칠 전 나는 그웬수의 10분의 1도 못되는 되갚음을 했다.
나머지 10 분의 9는 두고두고 갚으리라.

늦은 봄,
눈물의 동태찌게가 나에겐 감동스런 삶의 찌게가 되어
한 여름이 된 지금도 빠알갛게 내 마음 속에서 끓고 있다.
지글 지글 보글보글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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