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일 6회 동창회 날>

여고 졸업 서른 네 해 만에
마음 모아 마련한
오늘은 즐거운 동창회 날.

계룡산 자락에 사는
기순이 덕분에
산향기 봄내음 흠뻑 마셨네.

온갖 풀꽃과 눈맞추며
온갖 나무와 손잡으며
굽이굽이 너댓시간 걸었네.

서른 네 해 전
저마다 똑똑하다 모났던 아이들이
수십년 세월 때로 둥글둥글 조약돌 되었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여
모난 말 잘난 말 하지않고
둥글둥글 구수한 이야기만 했네.

후덕하고 중후한 옷 한 겹 더 입어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친구들 보며
하루가 즐거웠네, 행복했네.


<향적산>

제비꽃, 층층이꽃, 아기별꽃,
양지꽃, 현호색, 괴불주머니,
냉이꽃, 꽃다지, 자운영꽃....

향적산 입구 기나긴 길에
지천으로 만발한 야생화 행렬
하나하나 눈맞추며 기쁨 한가득.

새하얀 조팝나무꽃 행렬이
우리에게 향기로 다가와
코를 벌룽이며 감탄 연발.

연둣빛 새잎으로 단장 하느라
온통 부산한 산속에서 쏟아지는
연둣빛 봄바람이 가슴 가득.

산자락에 어지러히 발자국만 남긴 우리에게
말없이 크나큰 선물만 안겨준 산이
우리 모두 예쁘게 살라하네, 웃으며 살라하네.


<기순이네 집>

아름다운 계룡대 속 군인 아파트
후덕한 기순이가 살고 있는 집
거실에 걸린 가족사진엔
장군과 함께 잘생긴 두 아들
그 옆에 기순이가 행복하게 웃고 있다.

안방 침대맡에 커다란 숫자 20
결혼 20주년 기념 침대란다.
아들 방에 유화 액자 두 개
어릴적 아들들 모습 아빠가 그리셨단다.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넘치는 사랑이 보이고
넘치는 행복이 보이고
넘치는 기쁨이 보이는
기순이네 아름다운 집.


<너희들 아니?>

윤영숙, 너 아니?
너 때문에 팬티 적신 친구들
여럿 있다는 것.

민인기, 너 아니?
추락한 비행기 사건보다도
우리가 너를 더 많이 걱정했다는 것.

정외숙, 너 아니?
회장 대신 일 보느라 고생한 것
친구들이 다 알고 있는 것.

김기옥, 이정기, 너희들 아니?
너희들 꽃바지 땜에
산꽃 들꽃들이 기 팍! 죽은 것.

그리고 이기순, 김미순, 너희들 아니?
우리들 맞으려고 현지에서 애쓴 것
그 고운 마음 우리 가슴에 꼭꼭 심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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