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한이네 집 근처에 볼 일이 있어

가는 길에 영한이네를 들러 보았다.

요가를 마치고 돌아와 나랑 약속을 잊은채

낮잠을 자고 있었다는 영한이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 반갑게 맞아준다.

집안이 단정하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거실 한 쪽 벽면을 그득히 채운 책에 묻혀

선비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 쪽에 그동안 도예강습을 받으며

만든 작품들이 쌓여 있길래

하나 하나 설명을 들으며 만져 보다가

갑자기 "이거 나 줘" 하고 촛대를 집어드니

"응 그래. 가져."라고 말하길래

염치 불구하고 가방에 넣어 버렸다.

나중에 후회하지나 않았나 모르겠다.

투박해 보이지만 정감이 가는 작품 수준이다.

집에 돌아 오자마자 옷도 벗기 전에

불을 붙여 보았다.

불규칙하게 뚫어 놓은 동그란 구멍 사이로

불빛이 새어 나오니 더욱 근사하다.

베란다의 몇 포기의 야생화도 눈에 어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