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원하나 이루었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인데 실행에 옮기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남의 집에 가면 거실에 크게 걸려있는 가족사진이 제일 부러웠다

우리도 한번 찍어 멋있게 장식해보자고 설득했다



바쁜 딸애만 오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어쩌다 시간이 되어 다 모이고 나면 옷을 제대로 갖추어 입지 않았다

용케도 옷차림이 되었다싶으면 얼굴 화장을 안했다

그 놈의 가족사진 찍기가 이렇게도 힘든가



마침 손녀의 첫돌이 3월이라 우리는 그 날을 D -day로 잡고 몇 시간 일찍 모여 사진관으로 가기로 하였다

첫돌 사진도 결혼사진처럼 미리 한달전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폼잡고 찍는단다

온 식구가 모여 돌사진 찍은 사진관으로 들어가니 우리 서영이 예전에 폼잡느라고 힘든 생각이 났던지 얼마전까지 웃던 얼굴이 사진관으로 들어서자마자 울어대기 시작한다

아기는 계속 울지 우리는 웃어야지 정말 똥줄탄다

사진기사님은 아기 상관말고 어른 포즈만 잘 취하라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당부한다

아기는 자기들이 잘 알아서 수정할테니 걱정말라고

아기가 이렇게 우는데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편안한 마음으로 웃음을 짓고 앉아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핸드폰까지 주면서 결국 찍고 나왔다

언제 그랬냐는듯이 서영이는 방실방실 웃고



한달 후에 가족사진이 우리 집 식탁 옆에 걸렸다

근엄한 얼굴을 한 남편 활짝 웃은 나

약간은 미소띄운 아들과 며느리

눈 반짝 반짝 빛내고 새초롬한 우리 딸

손에는 핸드폰 들고 울다 눈이 부운 우리 서영이

그래도 완성된 사진을 보니 행복감이 절로 온다

마음이 중요하지 형식이 뭐그리 중요하냐고 하지만

걸어놓고 보고 또 보니 더욱 소중해지는 가족이다

그래서 때에 따라 형식도 중요한 것이 아닐까 나만의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