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 익었다.

사람의 삶도 세월 지나며 무르익어 가끔은 그 향기가 진하다.

예전에(나는 지금은 안한다) 함께 그림 그리던 사람들이 있다

한국화 화가를 선생님으로 모시고 십여년을 화실을 중심으로 오고 가며

공부도 하고 술도 가끔 마시고 더 가끔 자료 수집겸 야유회도 하며 살았다.



여러해 함께 지내며 남녀 구별(?)도 안하고 지내는 사이들이 되었다.

가정사도 서로 다 알게되고 부모상에도 서로 위로하며 가족이 아프면

약도 나누어먹는 그런 세월들이 끊어질 듯 이어오기 십수년이다.



그들 중 한 남자는 난 전문가여서 억대를 홋가하는 작품들이 나오는

난 전에 심사위원으로 불려다니고 그이따라 나도 산속을 헤메기도

몇번 했다 (야생난 구경하러 - 아무나 데려가지도 않지만)

난을 좋아하는이들은 보호한다는 입장에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난을 기르기도하고 산을 다니며 청소도하고 조금씩 캐기도 한다.



아무튼 그들과 오가며 잘 생긴 난을 알게되고 잘키우는 법도 배웠다

지난주에는 인천에서도 난 전시회가 열렸다. 어머니 모시고

전시장에 가니 잘 가꾼 야생화도 좋았고 잘가꾸어

예쁘게 꽃 핀 난초들이 즐비하다. 난향천리(그의 인터넷 이름이다)도

전시장에 있다가 우리를 반기고 함께 구경하고 올 때는난화분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 전시장 한 쪽에 판매용도 있었으니까.



동양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한문과 접하게 되고 글과 그림은서로 통해

그 상징성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생활속에서 서로

그 뜻을 알고 서로 자연스레 소통되어 마음으로 알게되는 일이 참 많다.

말로 길게 하지 않아도.



그날 내가 받은 것은 새우난 이었다. 작년 봄 그이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우연히 우리 어머니도 홀로 되셨고 늘 소화 장애로 고생하시던 그분 어머님께

우리 아버님의 약을 가끔 드렸었다. 아마 고마웠었나보다. 말은 안했어도.



새우는 늙은이를 상징한다. 새우의 몸은 등이 굽었으나 굽은 몸이 자유롭게

폈다 굽혔다 할 수 있으므로 새우 그림의 뜻은 "말년에 자유롭개 살라"는

축수를 담고 있다. " 뿌리가 새우등을 닮아 새우난 이에요. 가져다 키워 보세요"

이 말 뿐이다. 아마 우리 어머니를 보고 자기 어머니를 생각 했을지도 모르지.

늘그막에 자식과 함께 잘 살기를 바랐고, 평소 내 행태를 아니까 늙어도

잘 싸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살라는 말이려니 짐작하고 있다.



오는길에 화원에 들러 할미꽃 모종을 두개 사 엄마 하나 드리고 나도 가져왔다.

베란다에 햇빛 받으며 잘 자라고 있다. 새우난의 향기가 좋다. 할미꽃은 정답고.

난향이 천리까지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