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미리 만날 약속 시간을 착각해 너무 일찍 도착한 정영순과 김광숙,

그리고 나는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준비 중인 조용한 결혼식장도 미리 보았고 신부와 신부엄마 장인숙의 사진도 찍었다.

수도 없이 많은 화환과 하객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조용하던 식장은 활기를 띠어 갔다.

친구들 집안 결혼식 외에는 별로 결혼식 참석이 없는 편인 나는

그윽한 결혼식장 분위기에 취해 별천지에 와 있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양가의 부친이 둘 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인데다

신랑 역시 박사학위 취득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미경이 역시 서울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하니 양가가 모두 학자 집안인 셈인가 보다.



동창들 모임에 별로 나타나지 않는 일명 "서울팀" 멤버가 많이 참석해

동창회 때보다 더 많은 친구들이 참석했다.

오랜동안 못 만났던 서울 친구들과는 조금은 서먹한 기분마저 들더라.

그 쪽 테이블에 이인옥, 김숙희. 안경원, 한영희, 조인순,

배선영, 구자순, 임명숙, 남효옥 등 열 명이

우리 쪽엔 이혜은, 김혜자, 이희순, 이명순, 정외숙, 김광숙, 캐나다에서 온 최애자,

이영숙, 정영순 그리고 나

뒤늦게 나타난 엄길순과 윤평남이 다른 테이블에 앉아 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장인숙의 올케가 되어 있는 박미선이 가족석에 앉아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