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는 따뜻해요.

목화.. 하면 옛날 어무루 외할머니 집이 먼저 생각납니다.

워낙 어렸을 때라서 기르던 장면은 생각이 안나고, 수확해서 손으로 잡아서 부풀리고 펴서 잘 말려서

새 이불을 만드시던 모습이 제일 선명하게 나지요.

 

그리고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서 떠오릅니다.

겨울이 닥치기 전에 어머니는 이불마다 헤쳐 다 뜯어내고

햇볕에다 솜을 다시 말려서 틀어오지요.

호청은 다딤이질을 하루종일 둥둥둥둥 해서 

반짝반짝 빳빳이 만들어서 새로 씌울 때

어린 손으로 꼬매 본다고 달려들다가 바늘에 찔리던 기억.

 

어머니는 여덟식구 분량의 그 지루하고 지루한 일을 꼼짝 않고 거의 다 혼자 해내시곤 하셨어요.

그리고 나서 아버지를 위하여 두툼한 솜바지를 만드셨어요.

다 되었다고 입어보라고 하시면 아버지는 얼마나 기분 좋아하셨는지요!

그때의 가난하고 소박한 삶의 추억은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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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조나는 목화를 많이 심고 수확하는 곳입니다.

내가 사는 동네 가까이엔 목화밭이 아주 많아요.

날마다 목화밭을 빙 둘러 흙길을 걷기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 갔다가

목화 수확하는 장면을 보고 잔잔한 감동이 와서 사진을 찍어 올립니다.

 

images?q=tbn:ANd9GcSoxbvNxgjPysejhUe9cawscq_QHEduwDzfTWCPHsqUJ4z0IbiD0A(목화꽃)images?q=tbn:ANd9GcRNnqf-qAj6nQVhU4KFFLhfRNBFmToq530kg1yao5bwOnP-O_k6(수확전 목화)

 

아리조나 땅은 아마도 목화에 적합한지 잘 익어 툭툭 터지고 늘어집니다.

겨울이 되어 완전히 익으면 12월 부터 수확합니다.

이제는 대부분 수확하고 밭에 조금씩 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수확하고 남은 땅이  멀리 눈이라도 내린 것처럼 희뿌옇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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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옛날 한국 사람같으면 저 것들도 다 줏어서 보탤터인데

그네들은 자동차로, 기계로 하고 나머지는 갈아없애 버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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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로 이렇게 커다란 뭉치를 만들어 놓으면 며칠 안에 또 다른 트럭이 실어서 공장으로 실어내갑니다.

여러덩이가 줄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도 일년에 한번씩 보기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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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마다 숫자를 써 놓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덩치가 36개 나왔다는 표시인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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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트랙터는 수확이 끝난 밭을 갈아 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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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들판은 아직 수확은 했지만 갈아 엎지는 못한 곳입니다. 

정말 서리가 내린 것도 같고 눈이 살짝 덮은 것도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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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수확은 끝냈지만 아직 갈아 엎지 못한 밭입니다.
다음은 40번째의 더미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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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두렁 가까이에는 가끔 아직도 목화꽃을 그냥 매달고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우리 어머니 보시면 얼마나 아까와 하실까..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만 났습니다.

한번 겨울에 오셔서 목화밭을 발견하고 그렇게 좋아하시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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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을 죽 돌아 나오면 꼭 한시간 걸립니다. 상당한 들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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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는 그 농장 집에서 먹이는 소 두마리가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외진 곳이라 사람 구경을 잘 못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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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에는 이런 물줄기가 곳곳마다 흘러서 땅을 적시고 있습니다.

콜로라도 강에서 오는 물이랍니다.

목화밭도 이 물이 없으면 수확할 수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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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람들도 가난한 시절, 목화밭의 추억이 많이 있는 모양입니다.

유명한 cotton fields lylic 을 들어보세요.

실제로 미국도 잘 살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고 약 60년 전만해도

찬물 뜨거운물이 동시에 나오는 집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하지요.

우리 뒷집 백인 여자가 그랬는데 자기 어릴때는 아침마다 물을 데워서 씻었다고 했거든요.

 

미국에 우리 보다 일찍 도착하셨던 어떤 의사부부 증언에 의하면

그당시만 해도 냄새 없애는 비누가 없어서 털많은 미국 사람들의 노린내가 심했다고 하더라구요.

갑자기 목화밭과 가난을 연결해 이야기 하니 우습지만요.

가난하고 소박한 그때가 공연히 그리워지는 것은 무슨 감상인지 모르겠어요.( 2012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