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손자와 첫 대면을 하고 나서

나를 데리고 북쪽 시애틀과 밴쿠버까지 자동차로 가 보려던 남편은 오는 길에 차사고를 쳤다.

자기가 언제적 능력이 많아 한꺼번에 두가지 일을 할수 있겠다고

운전하면서 전화를 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었다.

 

앞에 가던 남의 트럭 꽁무니를 받아서 그 차는 멀쩡한데 우리 차 앞 범퍼와 뚜껑이 찌그러지고 보기가 흉해졌다.

고속도로에서 사고난 셈치고는 그 정도인 것이 얼마나 다행일까만 

이일은 아주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서 내 잔소리를 바가지로 듣고는

(한달전 시카고 갔을 때도 똑같은 일로 사고를 쳤었으니 인선표 참을성도 한계를 넘어선 것.)

당장 집으로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넉주째 딸 집에 있던 나는 집에 빨리 가고 싶어서 얼른 그러기로 하였다.

 

그래도 아쉰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집으로 가는 길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갈수 있는

국립공원을 찾아 보았다.

그 하나는 세콰이어 국립공원... 샌프란시스코에서 4시간 정도의 남 동쪽 거리였다.

비행기로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운전하면서 다니는 것도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어쩔수 없는 일 다 잊어버리고 다시 마음이 참 즐거웠다.

 

가는 길이 점점 삭막하고 건조해지고 더워지는데,

이런 길로 가다가 과연 좋은 무엇이 나올 것인가궁금해지고 지루해질 즈음에

그 국립공원에 도착하였다. 25172631_1.jpg

 

세콰이어 공원은 북으로 킹스 캐년 국립공원과 서로 붙어 있어서

그 규모가 말도 못하게 엄청난 곳이었다.

시간이 적어서 세콰이어 공원 일부만 보기로 하고 그 높은 산을 올라갔는데

한시간 이상 가파른 길을 꼬불꼬불 힘겹게 올라 가서야 준비된 시설물들을 만났다.

산 밑에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왠일인지 그 산속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캠핑도 하고 숲속의 숙소에서도 여러날씩 머무는 모양이었다. 25182326_9.jpg

   

그 얼마나 엄청난 장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과연 국립공원 이름이 걸 맞구나 싶었다.

세콰이어는 나무 이름인데 몇 천년씩 살면서 죽죽 하늘로 높이 뻗으며 숲을 이루고 있었다.

나무의 향기와 숲속의 신비함이 어울어져 사람들의 탄성을 받고 있었다.

 

셔틀 버스들이 자주 손님들을 이곳 저곳으로 나르고 있었고 

입장료를 낸 사람들은 무료로 얼마든지 버스를 타고 다닐 수가 있었다.

우리도 그 버스를 타고 왕복 1시간 반쯤 쉬면서

눈으로만 엄청난 장관을 보고 내려 가기로 하였다.

숲의 정기를 마시며 걸으면 좋겠지만 일정이 짧아서 그리할 수 없었던게 아쉽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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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 오면서 보는 그 장관 또한 너무나 엄청나서 사진을 찍어 댔는데

또 다시 사진기 탓을 공연히 해댔고

그런 풍경에 걸맞는 좋은 사진기를 들고 다시 한번 찾아 온다고

산들과 약속을 하고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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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 오면서 보는 거대한 산들의 모습도 절로 찬송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와아...참 멋지다. 정말 굉장하다...어쩌면 이렇게 생긴데도 있냐...부르짖으며 찬송을 불렀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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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떨어질 때까지 운전을 하고 하루를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엘에이를 지나서 죠수아 트리 국립공원도 들러보기로 작정을 하였다.

국립공원 이름이 붙은 데는 분명 그만큼 볼 꺼리가 있거니...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고 전혀 다른 장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막 가운데 넓고 넓은 자리를 차지한 그 공원은 세상나서 한번도 보지 못한

정말로 신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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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세콰이어와 달리 좀더 시원한 날씨에 

사람도 훨씬 더 적어서 씽씽 달리면서 구경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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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s view 5185 피트 꼭대기 까지 올라가서 반시간을 걸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상쾌하고 깨끗한 공기와 풍경이 기가 막혔다.  

다음에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오면 더 많이 걷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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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수아 트리 공원은 죠수아 나무들의 숲의 장관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무더기 돌무더기가 여러군데 가지가지 모습으로 놓여져 있었다.

그 거대한 돌산 위로 사람들이 올라가서 개미만하게 보였다.
조금 올라가다가 시간상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기권을 하고 다음으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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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사진들을 못 싣는 것이 아쉽다만
이곳도 우리 집에서 4시간 안팎 밖에 안 걸리는 곳이니 앞으로 자주 가게 될것 같다.
덜덜 거리는 자동차를 타고 갔지만 덕분에 마음이 시원해진 것이 감사하다.  
이틀만에 두 국립공원이라니 완전 수박 겉 핥기를 한 셈이지만 
통 성명을 한것만도 즐거운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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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근처에 있는 관광 안내소의 뒤뜰 모습이다.

어디든지 가면 먼저 여행자 센터에 들어가 안내를 받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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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장면들은 많이 놓쳤지만 이런 광경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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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차를 파킹하고 걷던 산 꼭대기 정경이다.

저 언덕 위에서 보면 얼마나 너른 산야가 펼쳐지는지..

정말 뼈속까지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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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면 더욱 신기하고 감동이 되는 대자연의 무궁무진한 모습들...
돈이 없어 먼 외국으로 여행을 다니지는 못할 망정
미국내에 있는 국립공원들 만큼은 빠짐 없이 다녀오자고 약속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너무나 아름다운 여름날의 나들이였다.
                                                                                                                                (2009년 8월)
 
 



1. A Wonderful Day / Sweet 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