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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백과에서 퍼온 포트랜드 전경 사진)

 

이런 식의 여행은 어떨까요? 버스를 타고 가서 구경을 하고 그날로 돌아오는....

보스톤에서 메인 주 포틀랜드까지 두시간 반이 걸리는데 버스 삯이 고작 5 불! 왕복 10 불이래요.

그래서 아들이 우리 두사람 다녀 오겠냐고 묻기에 얼결에 그럴까? 했더니 인터넷에서 표를 당장 사주더라구요.

하루 만에 다녀 온다고 아침 첫차, 5시 45분에 떠나고 밤 7시 반에 돌아오는 표를 샀더라구요.

얘는 우리가 아직 젊은 줄 아나? 하고 조금 괘씸하기도 했으나 호기심도 나서 가기로 한 것이었죠.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날테지만 두 사람이 가니까 크게 걱정은 안 되었습니다.

이래뵈도 전국 방방곡곡을 두루 헤집고 다닌 몸이니까요.ㅎ

틀림없이 해두려고 하루 전날 사우스 스테이션에 있는 시외버스 정류장까지 답사를 해 두었지요.

고구마를 삶고 도시락도 싸고 잠도 설쳐대는 꼴이 영낙 그 옛날 수학 여행 가는 아이들이었죠.

이번에는 안 싸가지고 가서 다 사먹자고 해 놓고 마지막 순간에 또 못 말리는 음식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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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버스 정류장에 가려면 우리 동네에서는 서브웨이를 타고 거기까지 가야 하는데

그날 새벽 5시 못 되어 T 정거장에 갔더니 문도 안 열었더라구요.

아차 , 이러다 늦겠다 싶어서 택시를 타렸더니 너무 일러 그런지 아무도 안 나타나는 거예요.

할수 없이 밤 근무를 하고 온 아들을 깨워서 우리 좀 데려달라고 부탁했지요.

아무런 군소리 안하고 라이드를 주니까 아들이 좋긴 좋지요.

 

버스는 공항을 둘러서 포틀랜드로 향하는데 공항에서 그 자리에서 표를 산 사람은 한사람 편도 28불을 받더군요.

메가 버스라는 이 유명한 버스 회사는 미리 사면 정말 너무나 싸게 하는 이상한 제도로 장사를 해요.

보스톤에서는 뉴욕, 볼티모아, 필라델피아, 등 동해안 일대를 누비는 모양인데

글쎄, 어떤 사람은 DC에서 보스톤까지 8시간 걸리는 길은 달랑 일불을 냈다니 말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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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에 있는 산책로를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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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곤 주의 포틀랜드만 알았는데 메인 주 포틀랜드는 어떤 동네일까? 궁금했어요.

메인 주에서 제일 큰 항구도시로 해안에 위치하였으니 아름답겠구나 예상할 수 있었는데 

과연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아직도 미국에는 안 가본 곳이 너무나 많고 우리는 모르는게 너무 많아요.

아는 것, 체험한 것이 너무도 적다는 거...

버스 정류장에 내렸더니 정오까지는 무제한 커피를 제공하더군요. 버스 회사의 친절이 재미있었습니다.

 

어디로 가서 무엇을 구경할까... 우선 정류장에서 얻은 동네 지도를 보면서 대강 감을 잡고

우선 시간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아침 산책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조금 가니까 바다가 보이는 곳에 트레일이 만들어져 있는데

곳곳에 벤치가 있어서 그곳에 앉아서 준비해 가지고 간 아침 식사를 꿀같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왜 집만 나서면 배가 더 고파지는 지는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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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는 랍스터가 5불도 안되니..눈이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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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맨션은 시간이 안 되어서 못 구경했어요.)

해안을 따라서 둘이서 걸어갔는데 얼마 가니까 이런 문구의 광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랍스터를 사면 공짜로 쪄 준다"는. 그리고 살아있는 랍스터가 한파운드에 4불 99! 거짓말 같아요.

와우. 오늘 점심은 저것을 실컷 먹도록 하자..하고 신이 났습니다.

지난번 가족 여행 때 케잎 카드에 가서 이미 실컷 먹어 두었지만

그래도 메인 주 랍스터라면 최고가 아닌가요.

 

시내에 들어가 보니 아주 오래된 집이 많은 역사적인 동네였습니다.

한때 1800 년 초에는 보스톤과 경쟁 도시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보스톤에 많이 뒤졌지만요.

바다를 삼면에 두른 동네가 어찌 아름다운지 문화와 예술이 꽃이 필만한 곳이었습니다.

자동차를 가져 왔으면 샤핑도 좀 하면 좋을 듯, 조촐한 시가지가 정겨웠고요.

우선 미술관부터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무식장이 남편에게는 일생의 몇번 안되는 문화 체험을 강제로 시켰습니다. ㅎㅎ03171148_12.jpg

                                                                              (미술관 근처의 다운타운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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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바로 옆에 붙어있는 맨션, 맼 리란 하우스 실내)

 

그림 구경을 해 주신 다음에 자꾸만 아침에 보아둔 랍스터만 생각 나시는지 

자꾸만 거기부터 가자고 보채서ㅎㅎㅎ...

덕분에 대짜로 큰 랍스터 두 마리로 점심을 근사하게 먹었습니다.

크기에 따라 값이 다른데 제일 큰 놈들은 파운드에 6불 99전, 공짜나 다름없어요!

그리고 나서 남쪽과 동쪽 해안선을 따라 많은 관광객 속에 섞여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습니다.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지만 그동안 보스톤에서 걷는 연습을 많이 해 둔 덕분에 잘 견뎠답니다.

날씨도 좋고 바다를 보는 기분도 그만이어서 자꾸 그냥 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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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 전면을 반달로 유리창을 만든 것이 독특하고 그 너머로 보이는 다운타운 모습도 멋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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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에서 나흘 밤을 지냈다는 한 관광객에게 무엇이 꼭 빼놓지 않고 보아야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East End, Art Museum, 그리고 Observatory Museum 이라고 하길래

셋을 다 하루에 끝내기로 했습니다.

관망대는 동네 한 가운데 있었는데 마지막 목표로 삼고 섬 둘레를 돌아갔습니다.

가는 중간에 한 곳에서는 나무 그늘에 앉아 한 시간을 쉬기도 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노래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루가 그리 긴지 몰랐어요.

 

등대처럼 생긴 관망 탑은 역시 가 볼만한 것이었습니다. 안내자가 설명을 해주는데 이야기가 아주 많았어요. 

불이 나서 한번 타버린 후에 다시 지었다고요.

삼면의 바다에서 어떤 나라 배가 들어오는지 망원경으로 미리 알아 볼 수있는 구실을 했다네요.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데 꼭대기에는 얼마나 바람이 세게 부는지 날아갈듯 정말로 시원하였죠.

아리조나에 가면 무엇보다도 그날 그 바람이 그리워질 것 같아요.

 

더 볼 것도 많았지만 다리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여(하루동안 장장 6-7시간은 걸었나 봐요!) 

다른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시내 버스를 타고 시외 버스정류장으로 갔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먼저 오는 버스를 태워 달라고 했더니 인터넷에서 산 표는 안된다고 하네요.

별수없이 기다렸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밤 열시가 훨씬 넘었어요. 눕자마자 꿈나라로 직행한 것은 그날의 보너스!

아주 값싸고 길고 화려한 하루를 마감하며 이런 여행도 한번 해 볼만 하구나 생각하였습니다.

잃어버린 40대를 조금 되 찾은 기분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다음에 갈 때는 자동차를 운전해서 가고 싶어요.(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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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관망대와 그 위에서 찍은 동네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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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중앙블로그 둥지님께 감사드립니다.

버스비 말고 다른 비용은 얼마나 들었느냐고요? 두 사람이 100불로 뒤집어 쓰고도 남았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