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겪은 일이다.미장원에 드라이를 하러 갔다.

평소 머리손질을 해주던 원장은 아직 출근 전이고 보조 미용사가 드라이를 하려고 준비하다가 감기에라도 걸렸나 팽 코를 풀었다.

유난히 큰 코를 감당못하는 작은 휴지가 눈에 들어왔다.설마 손을 씻고 머리를 해주겠지 했는데 그녀는 보무도 당당하게 드라이기를 들고 내 머리를 만지려하는 게 아닌가(오 마이 갓!)대략 5초간의 갈등.

손을 씻으라고 말하면 무안할텐데 그냥 머리를 맡겨? 안되지 코 묻은 손에 머리를 맡길 수는 없지.

돈들여 한 머리인데 집에가서 감을 수는 없고 그대로 견디자니  하루종일 코묻은 손으로 만진 머리가 가려워 견딜 수없을 것 같았다. 

저 손 좀 씻을래요로 말할까 아니면 무안하겠지만 한마디 할께요 코 푼 손 좀 씻고 올래요?

 경황중에  중간 정도의 내용으로 말했더니 장비를 닮은 무서운 그녀의 얼굴이 더 험하게 되는 게 보인다.

 그러더니 기분나쁜 티를 노골적으로 내며 홱  가서 손을  씻고 온다.

내원 참!  코 푼 손을 씻고 오는 것은 기본인데 기본을 지키지 않은 사람 때문에 말을 해야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갈등을 겪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손님을 왕처럼 대우해야 하니 어쩌니 하는  서비스 종사자들의 입에 발린 말을 믿고 왕 대접을 받을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다만 상식에 맞는 기본적 예의만은 지켜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을 뿐.

 

 아침 신문을 보니 고교 일년 여학생이 38세의 여선생을 폭행한 기사가 있다.

젊은 시절 선생 노릇을 한 적이 있어서인지 모골이 송연해진다.

여교사가 불손한 학생을 교실밖에 나가있으라니까  학생이 선생에 대한 반발을 하며 옥신각신하다가 교사의 머리채를 휘잡고 때렸다는 내용이다.옥신각신할 때 선생이 학생에게 절대 수긍못할 모욕적인 말을 했을까?

그렇더라도 스승인데 그렇게 행동할 수는 도저히 안된 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게 우리 세대의 정서이다.

고등학교 때 수업 중 우리에게 유독 깡통 소리를 많이 하셨던 선생님이 생각난다.너무 집단적으로 공부를 못해서 더 분발하라고 하신 말씀으로는 지금도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 시절 선생님 깡통이라니요 너무 모욕적인 말씀입니다 하고 누군가 항의했다면 선생님은 어떻게 대응하셨을까?

 

 살다보면 말을 해야할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드라마를 보면서  적절한 말로 상황에 따라 척척 말도 잘하는 장면에 접할 때마다  어쩌면 저 사람들은 저렇게 시의적절하게  말을 잘할까 하다가 아 참 작가가 써준 말들이지 하고 헛웃음을 짓게될 때가 많다.

그런데 실은 똑소리나는 말보다 어눌한 말이 호소력이 있을 수 있다.

화자의 진심이 말 속에 들어있느냐 아니냐 때문인 것 같다.

얼마 전  본 영화 `킹스 스피치`에 나오는 왕이 그런 경우이다.말더듬이인 왕이 말하기를 고쳐가는 이야기가 영화 내용인데 국민에게 고하는 어눌한 왕의 연설이 모두의 가슴에 감동을 안겨주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영국왕 얘기가 나오니 어느 젊은 영국 총리의 말이 떠오른다.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있는 유일한 직업이 정치가이기 때문에 정치가의 길로 들어섰다는 말이었다.

정치가의 입에서 나온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어릴적부터 말하기 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있나보다.

광장에서의 말하기가 잘되야 민주주의가 잘 돌아갈텐데 우리는 아직도 뒷담화의 안일함에 빠져 사는 것은 아닌가?

 골치 아픈 것이 싫어, 또는 선천성 소심증으로, 혹은 주류가 아직은 뒷담화 쪽이니까 주류 속에 끼고 싶어서

 말을 지나치게 삼가고 있는 건 아닐까 반성해본다.

 

말을 양시론적으로 양비론적으로 해서 듣는 사람에게 짜증을 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양다리 걸치는 얘기는 아니함만 못하지 않을까

특히 공적인 일을 맡은 사람들의 말하기는 그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바로미터가 된다.

리더의 말과 행동이  공익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면 직언해줄 수 있는 측근을 가진 리더는 행복한 사람이다.

 

`말로서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침묵은 금이다`

학생 때 배운 이런 글들, 금언의 사슬에 너무 꽁꽁 묶여있는 건 아닌지 슬그머니 나의 말하기를 점검해보니

각성해야할 부분이 많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