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숙은 새벽에 벌써 일나가고
부군이 준비한 아침 상을 받았다.

사각형으로 각진 모서리가 없다보니 팔각형 모양의 테이블을
하얀 식탁보를 밑으로 드리우고 그 위에 파란 꽃자수가 박힌 하얀 천을 대각선으로 깔아 고급 식당의 분위기를 자아낸 식탁이었다.
그 위엔?

파란 꽃무늬의 접시랑 커피잔!
참 잘 어울리지?

검은 긴 빵, 흰 둥근 빵,
하얀 사기로 된 계란받침 기에 놓인 반숙 계란
햄, 가늘게 자른 소세지 각기 한접시씩
요구르트, 버터, 잼,
커피, 오랜지 쥬스

배고프단 신호가 와야만
'어엉?'하며 사과, 바나나 등
운전하며 아침을 때우던 내겐 엄청난 호사였다.

관심은 있지만 아직 유럽쪽 역사엔 아는게 없어
이것 저것 물으면
객관적이면서도 주관(主觀)의 양념을 친
역사관(史觀)으로 으로 말씀해주신다.

그런 후
그릇을 자동 세척기에 집어놓고
작지만 운치가 가득하고 예쁜 정원으로 나갔다.
장미, 수국류, 노랑꽃, 글라디오라스, 익숙한데 이름을 모르는 다년생 노랑꽃 등 ...
왼쪽 집과는 트인 경계를 꽃밭으로,
오른쪽 집과는 낮으막한 사철나무와 아이비 담장 아래
알록달록 꽃들이 다소곳히 피어있는데,
그 가운데로 정돈된 잔디가 미쳐 증발하지 못한 물방울로 촉촉하더구나.

노랑과 흰색 줄무늬 차양 아래 피크닉 의자에 앉아 있아 꽃밭과 잔디 정원 정면을 바라보면
집 경계선 밖으로 100년쯤한 청송(靑松)이 Richter 가족의 수호신처럼 우뚝 서 있다.

편리한 대중 교통에 차소리 들리지 않는 주거지
중도시 프랑크후르트에 이런 곳이 있다니!

잠시 보여줄 곳이 있다길레 우린 정문을 나와 왼쪽으로 몇집을 지나쳤다.
피크닉 테이블도 놓인 수수한 작은 공원(?)이 나왔다.
주거 단지에 사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곳이란다.
그곳에 텃밭이 있는데, 유독 인숙네 텃밭만 꽃들이 심겨져 있었다.
이웃집 노란 꽃들은 인숙네서 이식되었고.
그리고 이 모두 인숙이가 좋아서 하는 일이란다.
그런 아내를 둔 Mr. Richter의 자부심은
친구된 내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우리 친구
인숙이
참 멋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