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 2013 노벨문학상 '13번째 여성'
앨리스 먼로 선집

캐나다 여성 소설가 앨리스 먼로(82)가 201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노벨 문학상 선정위원회인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한국시각) 먼로를 '현대 단편소설의 대가'로 부르며 먼로의 수상 소식을 알렸다.

먼로는 1901년 상이 제정된 이래 여성 문인으로는 13번째로 영예를 안게됐다.

 

 먼로는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 도시 윙가무에서 태어났다.

결혼 후 도서관 근무 및 서점 경영을 경험하면서 집필 활동을 시작해 첫 단편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1968년 캐나다 총독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미국 잡지 '뉴요커'에 작품이 게재되며 해외에서도 명성을 얻었다.

전미 비평가 협회상을 비롯해 WH 스미스상, 오헨리 상 등 많은 문예상을 수상하고 2005 년엔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 작가 조경란의  먼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

 

소설 쓰기에 관한 책들을 읽다 보면 훌륭한 단편소설을 쓰는 것은 근본적으로 아주 쉬워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다가도 앨리스 먼로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1968년에 첫 소설집을 낸 이래로 단편소설만을 고집해온 이 작가의 작품을 꽤 오래전부터 내가 읽어온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단편소설 속에도 이렇게나 큰 세계를 담아낼 수 있다니, 하는 감탄과 너무 평범해서 눈에 뜨이지도 않을 만한 일에서 인생의 깊이와 지혜를 발견해 내는 앨리스 먼로만의 눈과 그것을 글로 쓰는 방식 때문에.

글쓰기가 잘 안 될 때면 나는 이 작가의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에 수록된 단편 '쐐기풀'을 되풀이해 읽곤 한다.

 어렸을 적 특별한 우정을 나눈 남녀가 시간이 흐른 후 우연히 다시 만나 "삶의 모순과 슬픔, 결핍에 대해"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 사이에 쐐기풀이라는 드문 상징이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은 우정의 조건을 재현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또한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에 실린 '작업실'은 어떤가. 어느 날 다림질을 하고 있던 한 가정주부가 작업실을 얻기로 결심한다.

하루 중 몇 시간쯤 혼자, 글쓰기만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갖기 위해서.

 그녀는 마침내 싸고 널찍한 작업실을 얻게 된다. 타자기와 책상과 의자. 원했던 모든 것을 갖추었고 이제 글을 쓰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매일 매일 작업실을 노크하는 불청객이 생긴다. 집주인인 아래층 남자.

 자신의 이야기를 그녀에게 들려주고 쓰게 만들고 싶은 남자가. '미움, 우정…'에 수록된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줄리 크리스티가 치매에 걸린 아내 역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 '어웨이 프롬 허'의 원작이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것은 언제나 좌절감을 안겨주는 일에 불과하기만 한 것일까요? 라고 우리에게 묻는 듯한. 앨리스 먼로의 작품에는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보통 사람들의 그저 그런 날들과 추억, 그 그늘이 현재에 드리우는 의미와 그리움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녀의 단편들이 더 친근하고 경이롭게 느껴지는 것일까. 나에겐 매번, 언제나 말이다.

 

 

 

*금년 노벨상 작가인 82세 엘리스 먼로의 작품을 읽은 기억이 없다.

그분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줄리 크리스티가 주연한 영화를 봤을 뿐이다.

그런데 그분의 작품 해설을 보니 평범한 것(그저 그런 것) 속에 결국 비범함이 있다는 단순한 이치가 떠오른다.

한국적인 것이 결국 셰계적이 된다던가.

 

삶의 비의는 오묘한 곳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일상에 있다는 것은 아닐까.

이 가을 먼로의 글을 읽을 생각으로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