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뎟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었네.

2014년을 맞아  희망찬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외손자 민우의 <안 먹어> 가 한국인 문학 겨울호에 실렸기에 본문을 올린다.

다같이 읽고 잠시나마 웃어 보자꾸나.

 

 

 

 

안먹어

 

 

 

 

외손자 민우가 내달이면 18개월이 된다.

돌 지나서 걸음마를 시작해 다른 아기들 보다 좀 늦다 싶었는데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뛰기 시작했다.

아래위 4개씩 8개의 이가 나더니 어금니가 어느새 아래 위 8개가 났다.

처음엔 음식을 입에 넣어주면 한참을 물고 있다 삼키더니 이제는 조금씩 씹어서 삼켰다.

오물오물 씹는 입모양을 보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어떻게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정말 너무 신기해.”

민우의 성장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감탄을 하면 딸은 꼭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내가 낳았어, 내가.”

자신도 신기한 듯 민우를 볼 때마다 으쓱해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인꽃(人花)이라더니, 꽃이 아무리 예쁜들 이보다 더 예쁠 순 없을 것 같다. 민우는 외출을 좋아한다. 웬만한 말은 알아듣는다.

“민우야 우리 어야 갈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가락을 가르킨다. 신발과 옷이 있는 곳이다.

옷을 입혀주고 신발을 신기면 앞장서 걷는다. 사뭇 얼굴 표정이 긴장 되어있다. 어디를 가든 의젓하게 행동한다. 집에서처럼 웃지도 않고 뚱하니 누가 말을 시켜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외출을 하고 집에 오면 의례히 외출복을 벗고 집에서 입는 편한 옷을 입을 줄 안다.

목욕을 시키면 제일 먼저 칫솔꽂이를 가리킨다. 아가 치약을 발라 입안에 넣으면 끝날 때 까지 가만히 있다. 치카치카를 하면 물을 입에 넣었다 뱉을 줄도 안다. 오랫동안 어른들과 목욕을 하면서 보아온 것을 자신도 당연히 하는 줄로 받아들인다. 애기지만 하는 짓마다 애기답지 않다. 변기저귀를 갈고 샤워를 시키고 새기저귀를 입히면 자기도 시원하고 깔끔한지 야야 하면서 좋아한다.

식사시간이 되면 이젠 민우도 한자리 한다. 자기 의자에 앉아 맘마 나오길 기다린다. 무엇을 주던 열심히 애기수저로 퍼 먹는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 흘리는 것 반반이다. 입가에 밥알을 묻히고 머리를 박고 먹는 모습은 그렇게 아름다운 그림일수가 없다.

“아이구 우리 민우 잘 먹네, 그렇게 맛있어.”

너무 예뻐서 칭찬해주면 숟갈을 흔들며 웃는다. 민우는 김을 좋아한다. 김을 놔 주면 한 장 한 장 집어서 먹는다. 밥을 먹은 후 물수건으로 입과 손을 닦아주면 얼굴을 내밀고 가만히 있다. 하는 행동마다 기특하고 귀엽다.

민우가 처음 한 말은 맘마다. 배가 고프면 맘마 하더니 이제는 엄마, 아빠를 곧 잘 한다. 하루종일 엄마아빠를 부른다. 민우에겐 내가 엄마다. 딸이 나에게 엄마엄마 하니까 민우도 나를 엄마라 부른다. 그리고 딸에겐 아빠라 부른다. 집안 가득히 엄마아빠를 부르는 민우의 음성이 청아하다. 애기지만 기운이 넘치는지 집안 곳곳 제자리에 있는 물건이 없다. 무엇이든 들어다 옮긴다. 장식 서랍은 거의 다 민우 장난감으로 가득 찼고 이제는 장난감도 다 내놓고 서랍 안에 들어가 놀고 있다. 그래도 나중엔 낑낑거리며 서랍에서 내려 논 장난감을 다시 넣을 줄도 안다. 온통 거실은 아기놀이방으로 변했고 부엌과 현관까지 영역을 넓히는 바람에 펜스를 두 곳이나 설치했다.

가끔 아파트 로비에 내려가 또래 아이들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와 한다. 손을 잡고 얼굴도 만지면서 따라 다닌다. 그래도 자기 자동차 붕붕이는 절대 양보 안한다. 다른 애기가 타면 자기도 꼭 끼어 타서 자기 것 이라는 걸 과시했다. 어찌나 잘 뛰는지 비틀비틀 뛰면서도 잘 넘어지지 않았다. 한번은 따라 가다가 잡지 못하고 내가 넘어 질 번 하기도 했다. TV에서 음악이 나오면 민우는 곧잘 따라 했다. 두 손을 흔들고 두 발을 쭐렁이며 가수들 흉내를 곧잘 냈다. 나를 쳐다보면서 같이 추자는 듯 손을 흔든다. 그러면 우리는 한참을 흔들면서 놀아준다. 손뼉을 치면서 웃는 민우는 날개 없는 아기 천사다.

얼마 전 까지 민우는 주는 대로 먹었다. 그러더니 요즘 들어 음식을 가려 먹기 시작 헸다. 한입 먹고 입에 안 맞으면 절대로 안 받아 먹었다.

“민우야 이거 먹어야 착하지.”

계속 먹으라고 권하면 마지못해 한입씩 받아먹더니 어느 날 뜻밖의 말을 했다.

또 먹으라고 숟갈을 입에 대자 손으로 가리며 “안머거” 했다. 처음엔 무슨 소린지 잘 못 알아들었는데 자세히 들어 보니 안먹어였다. 발음도 쉽지 않은 말인데 정확히 말했다. 딸과 나는 너무 놀라 “얘 좀 봐. 안먹어하네, 어떻게 그 말을 하지.” 맘마 엄마 아빠 다음에 하는 말이 안먹어였다. 너무 놀랍고 신기해 또 한번 “이거 먹어 민우야.” 했더니 “안머거”하면서 손을 내저었다. 어눌하게 하는 그 말이 너무 예뻐서 딸과 나는 서로 번갈아 안아주며 웃었다. 그 다음 부턴 민우가 안 먹어 하면 그래 먹지마 하면서 내려놓는다. 오히려 밥 먹이기가 수월해 졌다. 어린 것이 의사 표시를 정확히 해 주어서 안먹어 하면 억지로 먹이지 않는다. 딸이 바빠 나하고 보내는 시간이 많은 민우는 딸이 외출 할 때는 한손을 흔들며 바이바이도 잘 한다. 서운도 하련만 내색 없이 돌아설 줄도 안다. 하는 짓마다 영특하고 기특하다.

이제 겨울이 오면 하얀 눈을 보면서 뭐라고 할지, 그 표정이 사뭇 지금부터 궁금하다.

 

예쁜 아기 민우야. 할머닌 하루하루 발전하는 민우를 보면 그렇게 대견하고 기쁘단다.

어서 빨리 커서 엄마 아빠 기쁘게 하는 착한 아이가 되어라. 그래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잠든 너의 얼굴을 보면서 할머닌 오늘도 무사하길 기도한단다.

 

* 첫눈 오는 날 민우는 두 팔을 들고 새처럼 날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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