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어느날~ 동생집으로 향하는데 과일좀 사가려고 평소 가는길로 가지않고 청과물 가게 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수봉공원 맞은편 쪽이었는데 신호대기도 아니고 아무 생각없이 라디오의 음악을 들으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정말로 느닷없이 "퍽~ " 벼락을 치는 소리가 났다.

 안전벨트를 맷는데도 순간  몸이 휘청거리고 골이 흔들거렸다.

사고구나~ 직감하고 멍한 상태에서 정신을 차린후 차에서 내렸다.

나보다 더 놀랜 ~ 나정도 늙수그레한 영업택시 아저씨가 나보다 더 핼쓱해진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얼굴이 숫제 백지장이다.

"죄송합니다.

어제 밤샘을 해가지고 졸았어요."

어찌나 놀랬는지 ~ 살면서 이렇게 놀래보긴 처음이다.

가슴이 계속 두근두근 방말이질 치고 이빨이 덜덜 부딪치는게 멈추질 않는다.

내차는 범퍼가 찌그러지고 아저씨 차는 본넷이 들어올려지고 쭈그러지고 범퍼가 부스러져 떨어졌다.

 

나도 죽겠지만 금방 인정하고 나오는 아저씨도  불쌍하고 일요일이라 병원가도 응급실로 가야할것 같고 어디 부러진 것도 아니고 ~

보험회사에 연락해서 사건 번호와 아저씨 명함을 받고 오늘 집에가서 이상있음 연락하고 병원도 가보겠다고 하고는 집으로 왔다.

 

다음날 한방병원에 가서 결리는 어깨와 목을 침을 맞고 일주일분 어혈 푸는 약을 받아가지고 왔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 오후부터 머리가 점점 무거워지더니 저녁엔 머리를 들수가 없을 정도라 할수 없이 펜잘을 한알 먹었다.

화장실은 설사도 아닌데 하루 종일 들락날락 다섯번을 다녀왔다.

동생이며 딸이며 사위며 정신 나갔다고 입원해서  CT 사진을 찍어보고 입원해야 한다고 난리치니 슬며시 걱정이 됬다.

 

암튼 크리스마스 이브날 입원하게 됬는데  사람이 한치 앞을 모르고 사니 우리가 어찌 만물의 영장이라고 큰소리 칠수 있겠는가?

주님 없이 어찌 내 뱃짱으로만 살수 있겠는가?

 

7인실에 입원했는데 그 중 교통사고 환자도 있고 험한 식당일에 무릎연골이 다 닳아서 갈기갈기 찢겨서 다리를 못쓰고 수술해서 휠체어를 탄 여자도 있었다.

젤 가슴아픈 사람은 두어달전 발꿈치에 종양이 생겼는데 여기 저기 ~ 서울대학 병원까지 가서 검사해도 결국 발목 위 부분까지 잘라야 한다고 해서 발목을 잘랐다고 의족을 맞추고 있는 나보다 한살 많은 환자였다.

더 가슴이 아픈건 자기는 살면서 좋은 일도 많이 해서 지금 병원에 병문안 와서 인사로 받은 돈만도 500 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정말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아주 사람좋은 아줌마 였다.

그런데 왜 나한테 이런일이 일어나 늙으막에 의족까지 하고 다녀야 하나 ~ 너무 슬프다고 했다.

 

며칠사이 좀 더 친해졌을때 ~

작가 박완서씨도 단 하나뿐인 아들이 죽었을때 "왜 나한테 이런일이 일어났느냐?" 고 하느님을 원망했지만 어느날 기도원에서 어떤 수녀님의 더 기구한 사연을 듣고는 "왜 나라고 이런일이 일어나지 말란법이 있나~" 로 생각을 바꾸었다고 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질문이 바뀌면 인생관이 바뀌게 되어있다.

이미 상황은 왔는데~ 나한테 이런일이 왔구나~ 이 순간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로~

 

사진을 찍어보니 아무 이상이 없다하고 덕분에 몇가지 검사까지 공짜로 하게 됬다.

평소에 난 병원을 거의 안간다.

닥치면 고치면 되지 건강 염려증도 싫고 죽게 되면 죽지 ~ 하는 무식한 고집 때문이다.

소변검사, 혈액검사, 심전도검사, 어깨 목의 엑스레이 검사 머리의 CT 사진까지 너무도 깨끗하고 심지어 혈압까지 너무나 정상이란다.

이상 없다해서 나오려 했는데 선배 후배 친구들 친척들이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문제라고 하두 안된다고 일주일은 있어보라고 해서 겨우 일주일을 버티었다.

 

난방 훈훈해~ 식사는 웬병원이 그리 반찬을 잘하는지 반찬 계속 돌아가며 바꿔줘서 좋고 ~ 새벽에 다 자는 시간에 기도하는 시간도 좋고 ~

친해진 병실 아줌마들과의 수다도 다양~ 들을만한 이야기도 많고 ~ 그런데 왜 그렇게 추운 우리집이 걱정되고 가고 싶은지~

 

입원한 다음날 보험회사 보상팀에서 나와 치료하고 싶은데로 하시고 연락해달라며 명함을 주고 갔다.

새해 전날 전화를 했다.

 

"새해는 집에서 맞고 싶어요.

저 이제 아프지 않아요"

더이상 후유증에 대해 논하지 않으면 80만원을 넣어드리겠다고 한다.

얼굴이 백짓장같던 택시 기사 아저씨는 보험 수가가 또 얼마나 올라갔을까?

순간 아저씨의 얼굴도 떠오른다.

 

"그렇게 하세요.

만일 후유증이 있어도 내 개인 보험도 있고 보상금에 대해 옥신각신 하면 재수 없을거 같네요"

 

그사람은 연신 고맙다며 전화를 끊는다.

병실 식구들이 퇴원 한다니까 보상금에 대해 묻는다.

그 얘기를 하니까 100 만원이 기본 (?) 인데 더 달라는걸 예상하고 그렇게 말한 거라며 지들이 더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ㅎㅎ

 

보상금에 대해 옥신 각신 하면 후유증이 있을거 같고 하라는 데로 하면 후유증이 없을것 같은 이 미신같은 생각은 또 뭔가?

 

더 재미있는건 내가 자동차 보험을 들어준 성당 후배이다.

연말이라 길은 막히지~ 날은 춥지~ 오는 사람 고생시키기도 싫고 내 꼬라지도 영락없는 촌할매 같아 누구 보이기도 싫어서 아무도 병원을 알켜주지 않았지만 그 후배는 사고시 의논하느라 알고 있어 병원으로 달려왔다.

 

내가 든 개인 보험이 작년에 손가락 아플때 타먹은거 빼고는 거의 타먹지 않아서 이번 치료비를 가해자 측이 물어주지만 개인 보험에서도 50 프로는 나온다 한다.

 

"언니~ 그러니까 개길수 있는 한 개겨~ 오래 있을수록 유리해"

"고뤠? 한달쯤 있음 몇백 타겠네?" 하며 웃긴 했지만 , 참 내~ 아프지도 않은데 어찌 한달을 개기나?

 

퇴원 하는 날 그동안 정이 들어 모두 아쉽게 인사를 하고 마지막에 그 발목 없는 환자랑 인사를 하게 됬다.

"치료 잘하시고 기운내세요"

껴안는데 맘이 찡해서 눈물이 나려한다.

얼른 추스르고 나오는데 생각나는 시가 있다.

 

 최종진의   -사랑-

 

바람도 없는데 괜히

나뭇잎이 저리 흔들리는 것은

지구 끝에서 누군가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기 때문~

 

알고 보면 우리 모두가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음이 아닐까?

또한 "내가 나쁜일이라고 꼬리표를 다는 모든 일들은 사실은 나의 영적 성장을 위한 배움의 기회" 라는 말도 생각나는 일주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