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카드를 받고 맙소사 이제야 기척을 한다.

아니 엄밀히는 얼마 전 그곳으로 돌아간 딸에게 엄마 친구께 전해드리라며 책 한권을 들려 보냈어.

딸과 손자가 떠난 후 당할 허전함을 미리 걱정해서 그애 떠난 이틀 후 캄보디아 여행을 12월에 벌써 계획하면서도

제 때 해야하는 답신은 이리도 늦장을 부리다니 아무튼 sorry!

 

캄보디아로 사흘간에 짧은 여행을 다녀왔어.너도 동남아하고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했지?

캄보디아 하면 앙코르와트가 떠오를 뿐 아무런 생각없이 놀러간 곳이었는데

이번 여행에선 다른 여행 때 느끼지 못하던 봉사에 대한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독특한 가이드를 만났기 때문이지.

30대 중반에 독신인 그는 그곳에 살면서 진심으로 그들을 도와주고 있었어.

봉사가 체질화된 사람들이 있더구나.

이미 씨엡립 공항에서부터 봉사하러 가는 우리나라 소년들을 보았지.

여행객으로 왔다가 그곳에 참상을 보고 매달 몇백만원 보내주는 사람도 있고,

회충약을 보내주는 사람들도 있고,어느 시골에서 관광 오신 할머니는 꼬깃꼬깃한 백불을 가이드君의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후원자들이 도와주는 돈으로 조그마한 학교를 운영하기도 한다고 해.

 

앙코르와트 사원은 1000년 전 크메르제국의 영화를 유추할 수 있는 곳

부조(浮彫)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참 다양하더라.

가이드君은 끝내 독감에 걸릴 정도로 목청 높혀 설명했건만 나는 그의 설명을 귀담아 들을 체력이 없었어.

끊임없는 말을 듣는 것도 엄청난 체력 소모잖어.

그의 설명을 다 귀담을 수 없었지만 아마도 흰두교 설화에 바탕을 둔 밑그림으로

그 거대한 부조를 만들었으리라 추정했어.

부조의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혼자서는 도저히 조각할 수 없었으리라.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만명이 달라붙어 했다나 어쨋다나 이부분은 믿을 수없었고 나의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이었어 ㅎ

 

1000년 전 영화의 흔적 앙코르와트 유적群이 있어서

오늘날 관광수입도 꽤 될텐데 왜 그리 빈곤한지...

우리가 좋아하는 공정성을 가진 국가의 리더가 없어서가 아닐까?

70년대에 크메르루지 대학살 때 부조에 나오는 살인 방법을 응용했다니 경악할 뿐이다.

그때의 참상을 기념(?)한 절 앞마당에 수북히 쌍여있는 해골들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식물이 자라려면 단순히 햇볕,물,공기만  필요하듯이 사람들의 행복의 조건도 욕심의 양만 줄이면 별거 아닐텐데 말이지.

사람들의 욕망이 역사를 발전 시키기도 하고 망치기도 하는 아이러니에 씁쓸해지더라.

 

나무사원이라고 불리는 곳에 두사람이 타는 오토바이-툭툭이라 부르던가?-를 타고 갔다.

양조위 장만옥이 출연한 영화 `화양연화`에 나오는 나무가 있는 곳이었어.

여행을 한 지 거의 한달 되오는 지금 돌이켜도 그곳에서 체험한 가슴을 두드리면 천장에서 묘한 소리의 울림이 있던 곳이

 매우 인상적으로 남아있다.가이드는 보다 극적으로 설명하느라 어머니들이 가슴을 치면 들리는 소리라 설명했어.

어머니들 가슴에 새겨진 자식들 그들을 향한 무한대의 사랑.

사랑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천형의 모성!

내 애가 소중하므로 남의 애도 소중히 생각해야하는 초등학교 수준의 균등적 사고도 삐걱거릴 때가 있다.

TV 광고에서 수없이 본 불쌍한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며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한지 오래지만

 그 실천을 이번에 우리 아기 떠나보내면서 했다는 거 아냐 마음에 우리 아기가 잘되기를 가득 바라며 말야

이 이기심은 또 얼마나 유치찬란하니ㅎㅎㅎ

 

고등학교 때 칠판에 썼던 마지막 멘트를 `integrity`로 썼다는 너

나는 그 단어를 공정하다는 뜻으로 알았었는데 그래서 더 첫눈에(우리 첫만남이랑 마찬가지잖어)네가 좋아졌었는데

오늘 사전을 찾으니 `성실,고결,완전` 등으로 되어 있네 또 맙소사 라고 할밖에.

그래, 성실이란 단어도 너와 잘 어울린다.

설산에서 너와 스노우슈잉하던 떄가 얼마 전 같은데 그동안 숱한 일이 있었으며  무수한 시간이 흘렀다..

이제야 다시 여행을 시작하며 진정한 쉼을 누리니 또한 감사할 뿐이야.

 

세월은 참 쏜 화살 같기만 하구나.

미래를 생각할수록 기가막혀지는 우리 나이!  같이 세월을 겪을 동기 친구들이 있어 위안이 되네

잘 지내고 우리 또 만나자

나도 이제부터 열심히 체력 단련하며 열심히 사는 너를 흉내내볼께

sound body sound mind!